○방산·방어주 사들인 외국인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 2300선이 무너진 지난 23일부터 29일까지 외국인투자자들은 국내 증시에서 507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원·달러 환율이 치솟자 매도 물량을 쏟아내며 코스피지수를 2100선까지 끌어내렸다.팔기만 한 것은 아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방산주와 고환율 수혜주, 미국 IRA 수혜주 등을 대량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였다. 102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26일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다고 발표한 뒤 조선부문 실적 개선세에 대한 불확실성, 순수 방산업체라는 매력 희석 등의 문제가 부각되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가 급락했지만 외국인은 오히려 저가 매수 기회로 삼았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한화그룹이 육해공 방위사업 역량을 결집해 빠른 의사결정, 가격 경쟁력 등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로템도 순매수 종목(8위·240억원)에 꼽혔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8월 폴란드와 4조5000억원 규모의 K2 전차 수출 계약을 성사시키는 등 실적 개선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순매수 2위는 KT&G(640억원)가 차지했다. 원·달러 환율이 치솟고 증시가 급락하는 시기에 방어주로서 매력이 돋보였다는 분석이다. 원·달러 환율이 10% 상승하면 KT&G의 영업이익은 기존 컨센서스 대비 5.5%가량 늘어나는 효과를 본다. 한화솔루션(3위·420억원)과 포스코케미칼(4위·410억원) 등 IRA 수혜주에 대한 관심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저가 매수 나선 기관
반면 같은 기간 기관투자가들은 국내 증시에서 531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특히 반도체주를 저가 매수하는 데 집중했다. 이 기간 기관 순매수 1위는 삼성전자였다. 159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2위는 SK하이닉스(780억원)가 차지했다.‘5만전자’마저 위협받고 있는 삼성전자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은 올해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 1.07배까지 내려온 상황이다. 2009년 금융위기(1.17배)나 2012년 유럽 재정위기(1.24배), 2020년 코로나19 발생(1.08배) 당시보다 낮은 수준이다. 추가 하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반도체 재고 수준이 감소하는 내년 상반기부터 주가 반등이 점쳐지는 만큼 분할 매수에 나서도 될 만한 시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주가를 선행하는 미국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 등 경기선행지표는 내년 1분기부터 상승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고객사의 재고 정리도 약 9개월 뒤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삼성바이오로직스(3위·530억원)와 셀트리온(4위·480억원) 등 최근 주가가 크게 조정받은 바이오주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