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혁신과 디지털화 등에 따른 산업구조 재편으로 숙련 외국인력 수요가 늘어날 것입니다. 현재 비전문인력 중심으로 짜여진 외국인력 정책을 재검토해야 합니다.”
이상돈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이민청 설립방향 제안을 위한 3차 세미나’에서 이 같이 말했다. 조정훈 시대전환 국회의원실이 주최하고 법무부와 이민정책연구원이 주관한 이번 세미나는 ‘경제 활력 제고와 내외국인의 사회통합 촉진’을 주제로 진행됐다.
이 연구위원은 “기술 발달로 단순 반복 직무와 생산업무는 갈수록 줄어들고 숙련 인력 수요는 늘어날 것”이라며 “지금처럼 경직되고 분절된 외국인력 공급방식으로는 노동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폭넓은 전문성을 충족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인력 수급 상황과 취업여건을 분석해 외국인력이 필요한 산업분야를 예측해 대응할 것도 권고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산업별 인력수급 현황과 취업자의 시간당 임금 등을 분석한 결과 2019~2029년 전자부품, 컴퓨터, 영상, 음향 및 통신장비 제조 등 4개 산업이 내국인 근로자가 부족하면서 상대적으로 취업여건이 양호해 외국인력 수요가 존재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로 나타났다.
이 연구위원은 “이 같은 분석을 통해 내국인과 외국인이 경쟁이 아닌 보완관계가 될 수 있도록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민청 설치 등 이민정책을 펼치기 위해선 어떤 외국인을 받아들이고 그들을 어떻게 통합시킬지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장주영 이민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금은 내국인의 기피로 노동력이 부족한 산업이 있고 저출산 현상이 장기화하면서 중장기적 대체 인구가 필요해졌다”며 “일단 대한민국 존속과 인구 부양을 위해선 일정 수준 이상의 생산연령 인구가 필요하다는 정도의 합의는 추측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민·사회통합정책 방향에 대해선 “영구적이거나 고정적이어선 안 된다”고 했다. 장 부연구위원의 미국을 예로 들었다. 미국의 경우엔 트럼프 정부 들어서 ‘이민자의 나라’라는 문구가 이민사회통합정책 관련 강령에서 삭제된 대신 미국인 보호를 강조하는 내용이 들어갔다. 반면 바이든 정부 출범 후엔 ‘미국인 보호’는 지워지고 ‘환대와 가능성의 나라’라는 내용이 강령에 포함됐다.
이민청 설립보다 불법체류자 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류병균 우리문화사랑 국민연대 상임대표는 “법무부의 몇 안 되는 직원들이 출입국 관리업무를 전담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며 “다른 선진국처럼 행정안전부로 소관으로 바꾸고 경찰이 관련 업무를 맡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이민청을 설치해 영주권을 더 주기보다는 외국인이 정착해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우수 외국인재가 국내로 온다”고 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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