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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파월의 엔드게임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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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인플레이션 극복 과정에서 고통이 수반된다는 점을 일관되게 강조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잭슨홀 연설에서는 고금리와 경기 둔화, 노동시장 악화 등 ‘불행의 비용’을 치르겠다고 했다. 시장에서는 당장 Fed가 이달에 이어 다음달 또 한 번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예측하고 있다. 경제 위기 상황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과연 Fed가 통과하려는 고통의 터널은 그 끝이 어디일까.
신용경색까지 일으킬 美 긴축
파월 의장은 그동안 시장에 힌트를 여러 차례 줬다. 지난 2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는 “높은 수준의 기준금리가 노동시장에 충격을 주겠지만, 물가안정 복원에 실패하는 것이 나중에 더 큰 고통을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결국 실업률 상승을 통한 물가안정을 이루겠다는 뜻으로 시장은 해석하고 있다. 미국은 3%대 후반(8월 3.7%)의 실업률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50년 새 가장 낮은 수준이다. 래리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은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면 향후 5년간 평균 5%가 넘는 실업률을 감내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실업률을 상당히 높이지 않고도 물가를 잡을 수 있다”고 자신만만해하던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얼마 전 한 콘퍼런스에서 “반드시 실업률이 급증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고 톤을 바꿨다.

실업률은 통상 두 가지 상황에서 치솟는다. 기업이 대거 도산하거나 정리해고에 나설 때다. 기업의 자금 조달이 막힐 때 이런 상황이 촉발된다. 결국 어떤 식으로든 신용경색이 일어나야 한다는 뜻이다. 이것이 바로 파월 의장의 머릿속에 담긴 ‘엔드게임’ 시나리오인 것으로 정부와 한국은행 일각에서는 파악하고 있다. 이미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3일 긴축으로 인해 유동성 경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경고음 울리는 韓 자금 조달시장
멀리 미국을 바라볼 것도 없다. 당장 한국 기업들의 자금 조달에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회사채 시장은 잔뜩 얼어붙어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29일 회사채 발행액은 4조951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조4374억원)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회사채 금리는 치솟고 있다. 올초 연 2.46%였던 신용등급 AA- 기업의 무보증 회사채 3년물 금리는 26일 배 이상 오른 연 5.53%로 연고점을 찍었다.

주택금융공사는 다음달로 예정했던 주택저당증권(MBS) 발행을 얼마 전 시장 상황 악화를 이유로 취소했다. MBS는 올해만 총 25조원 규모의 주택 담보 변동금리대출을 연 4% 이하의 고정금리대출로 바꿔주는 안심전환대출의 재원이다.

기업들은 고환율에 따른 수입단가 상승으로 인해 자금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결국 막혀 있는 회사채 시장 대신 담보를 잡혀야 하는 은행 창구로 몰려들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산업 대출금은 1713조1000억원으로 1분기 대비 68조4000억원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들도 건전성 관리를 위해 최근 들어 기업 대출을 줄이려는 움직임인 것으로 알려졌다. 돈줄이 막힌 기업들이 줄도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미 ‘불행의 비용’은 청구됐다. 기업과 가계, 정부가 모두 나서 그 비용을 치를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 경제팀은 과연 이 현실을 있는 그대로 알리고, 제대로 대응하고 있을까. 복합 위기 상황을 “대외적인 요인 때문”이라며 미국의 긴축 중단만 바라고 있지는 않은지 국민들은 의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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