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대전 유성구 용산동 현대 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에서 화재가 발생해 7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개장 시간 전 발생한 화재이기에 외부 손님은 없었지만, 개점 준비를 위해 새벽부터 업무를 나선 하청·용역업체 직원들이 참변을 당했다.
대전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45분께 아울렛 지하주차장 지하 1층 하역장 부근에서 "딱딱딱" 소리와 함께 불꽃이 치솟았다. 이 불이 하역장의 종이박스, 의류 등에 옮겨붙이며 3만3000㎡ 규모 지하층이 30초 만에 연기와 유독가스로 가득 찼다.
소방 당국은 중앙119구조본부와 대전 인근 세종·충남·충북·전북 4개 시·도 9개 구조대가 출동하는 소방동원령 1호를 발령해 화재 진압에 나섰다. 소방대원 등 126명과 장비 40대가 투입됐고, 이날 오후 1시 10분께 큰 불길이 잡혔다. 이후 화재 발생 7시간 20분 만인 이날 오후 3시 2분께 진화를 완료했다.
소방 당국은 특수 차량을 이용해 내부 열기·연기를 빼낸 뒤 인명 수색에 나섰지만, 당시 지하실에 근무하던 근무자 8명 가운데 7명이 숨진 채 발견됐고 1명이 크게 다쳐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백화점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가 6명, 외부 용역업체 직원이 2명이다. 주로 시설 관리·물류·쓰레기소각장 처리·미화를 담당하던 직원들이다.
이 가운데 병원으로 옮겨진 40대 남성 직원 A씨는 화재를 처음 인지하고 직원들의 대피를 유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승한 대전유성소방서 현장대응2단장은 "이 직원이 방재실에 남아 다른 직원들에게 연락을 돌리고 실내 방송도 하려고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본인은 대피하지 못한 채 방재실 앞에 질식해 쓰러진 채 발견됐다. 현대아울렛 방재실 담당 도급업체 직원인 A씨는 현재 의식이 없는 상태다.
경찰은 정확한 화재 원인·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27일 오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소방 등과 합동 감식에 들어갈 예정이다. 현장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인한 조사 관계자는 "종이상자와 의류 등이 많이 쌓여 있는 하역장 쪽에 1t 화물차 기사가 주차하고 내려 하역작업을 하던 중 차 주변에서 불길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하 주차장에서 충전 중이던 전기차가 폭발했을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근거는 없는 상태다. 경찰은 1t 화물차가 화재 원인을 제공했는지, 다른 요인이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규명할 방침이다. 스프링클러와 제연설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도 규명 대상이다.
이날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현장에서 "무거운 책임감을 통감한다"며 사과했다. 정 회장은 "이번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들과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와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 화재 사고로 입원 중인 직원과 지역주민에게도 머리 숙여 사죄한다"며 "사고 수습과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해 관계 당국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행정안전부 장관·소방청장·경찰청장에 "가용한 모든 장비와 인력을 동원해 화재 진압에 최선을 다해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