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소수 기업이 다수의 계열사를 동원해 추첨에 참여하는 '벌떼입찰' 차단을 위해 공공택지에 '1사 1필지 입찰 제도'를 도입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26일 서울 송파구 위례신도시 공동주택 단지를 방문해 이러한 내용의 벌떼입찰 대책을 발표했다. 공공택지 추첨에 참여할 수 있는 회사 요건을 1필지당 모기업·계열사 불문하고 1곳으로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본사와 연결된 계열사 여부는 공시대상 기업인 경우 공시 현황을 통해, 자본금 120억원 이상 회사의 경우 감사보고서를 통해 계열 관계를 확인한다. 이 경우 여러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 건설사도 모기업과 계열사 중 1개 회사만 응찰할 수 있다.
다만 국토부는 1사 1필지 제도의 적용 대상을 공공택지 입찰 과열이 심각한 규제지역 300가구 이상 택지로 한정하고, 2025년까지 시행한 뒤 성과를 점검해 제도 연장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또 공공택지를 낙찰받은 회사가 페이퍼컴퍼니가 아닌지 낙찰 30일 이내에 해당 지자체가 조사해 택지 공급자에게 통보하도록 했다.
아울러 주택건설사업자 등록증 대여 처벌도 강화한다. 현재는 대여자만 제재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차용자, 알선자, 공모자도 제재 대상이 된다. 이와 함께 택지 관련 업무 수행 과정에서 모기업(타 계열사 포함)의 부당한 지원을 방지하기 위해 택지 당첨 업체가 관련 업무를 직접 수행하지 않는 경우 공급 계약을 해제하고 향후 3년간 택지공급을 제한하기로 했다. 계약이 해제되면 택지 환수도 가능해진다.
원 장관은 이날 대책 발표에서 최근 3년간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133개 공공택지를 추첨 공급받은 101개 건설사에 대한 점검 결과 81개사(111필지)에서 페이퍼컴퍼니 의심 정황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10곳은 정황상 벌떼입찰이 강하게 의심돼 국토부가 직접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이들 건설사에서는 택지 관련 업무를 소속 직원이 아닌 모기업이나 타 계열사 직원이 수행하거나 소속 직원 급여를 모기업에서 지급하는 등 건설산업기본법 등 법 위반 행위가 적발됐다. 국토부는 이들 10곳에 대해서는 지자체에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요청하고, 경찰에 택지 계약 당시 등록기준 미달 등 불법행위가 없었는지 수사를 의뢰했다. 불법성이 드러날 경우 계약을 해제하고 택지를 환수할 계획이다. 분양이 완료되는 등 택지 환수가 어려운 경우에는 부당이득 환수 또는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하기로 했다.
원 장관은 "앞으로 일부 건설사가 계열사를 대거 동원해 편법으로 공공택지를 낙찰받는 사례가 사라질 것"이라면서 "3기 신도시 등 대규모 공공택지에 공정한 경쟁을 통해 실력 있는 업체들이 참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