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국내 소비자물가가 상당 기간 5∼6%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높은 환율 수준이 지속되면 물가에 추가적인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26일 이창용 한은 총재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현안을 보고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고, 과도하게 급등하는 경우 시장 안정화 조치를 적극적으로 실시할 방침을 밝혔다.
그는 "지난달 중순 이후 미국·유럽의 통화 긴축 강도 강화 기대, 무역수지 적자 확대 등으로 환율 상승 압력이 커졌다"며 "다만 원·달러 환율 상승은 글로벌 달러 강세에 따른 것으로, 올해 원화 절하 폭은 주요국 통화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420원대를 돌파했다. 지난주 심리적 마지노선이었던 1400원대를 돌파한 이후 파죽지세로 고점을 높이는 모습이다. 다만 정부와 한은은 과거 외환위기, 금융위기와는 다른 상황이라며 과도한 불안감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한은이 이날 국회에 제출한 현안보고서를 통해 "최근의 환율 상승은 미국의 긴축 강화, 글로벌 달러 강세라는 대외요인에 주요 기인하며 우리나라 대내외 건전성이 양호하다는 점에서 과거 두 차례 위기(외환·금융위기)와 다르다"고 평가했다.
앞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같은 이유를 들며 크게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현재 세계 9위 수준의 외환보유액과 7400억 달러 상당의 순대외금융자산을 갖고 있다"며 시장에 달러를 공급해 환율 안정을 이끌 의지도 드러냈다.
한편 이창용 총재는 국내 경기 흐름에 대해서도 우려를 드러냈다. 소비가 회복세를 나타냈으나 올 하반기 들어 전 세계 경기 둔화의 영향을 받으면서 성장 흐름이 약화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내년에도 국내 경기 둔화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앞으로의 성장경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흑자 폭이 줄어들며 적자 가능성까지 제기된 경상수지에 대해선 9월 들어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중국 경제 등 대외 여건이 불안하지만 올해와 내년 연간으로는 흑자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