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9월 26일 10:0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한다. 대조양은 지난 2001년 워크아웃(재무개선작업) 졸업한 지 21년 만에 새 주인을 찾게 됐다.
26일 정치권,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대조양의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은 이날 이사회를 열어 대조양 매각 방안과 관련한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정부는 앞서 이날 오전 한국수출입은행에서 긴급 산업·경제장관회의를 개최하고 대조양 매각 관련 회의를 개최했다.
한화는 대조양을 제3자 유상증자 방식으로 인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도 지분 상당수를 남긴다는 방침이다. 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 대부분은 대조양을 살리기 위한 투자금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거래 규모는 약 2조원으로 파악된다.
이번 매각은 통매각으로 진행된다. 그간 분리 매각 방안도 제기됐으나, 처음부터 통매각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방식은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추진된다. 스토킹호스는 한화그룹이다. 스토킹호스 매각은 사전에 인수예정자를 미리 정해놓고 매각작업을 진행하되, 경쟁 입찰이 무산되면 인수예정자에 우선매수권을 주는 방식이다. 주로 회생기업을 매각할 때 거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사용된다.
이번 매각을 스토킹호스로 진행하는 것은 국책은행인 산은이 매각 작업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산은은 앞서 현대중공업을 인수자로 낙점할 때도 스토킹호스 방식을 추진했다.
업계에서는 대조양의 새 주인은 사실상 한화가 유력한 것으로 점치고 있다. 산은이 지난 3월께부터 물밑에서 국내 대기업 등을 상대로 대조양 매각 작업을 벌였으나 적격 인수자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화그룹과는 지난 8월께부터 본격적으로 협상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는 대조양 인수를 통해 방산 부문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화는 그룹 차원에서 향후 5년 간 방산 등을 미래 산업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을 내놓은 만큼 대조양의 잠수함 등 특수선 사업 등과 긴밀한 협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는 인수 시도 2번째 만에 대조양을 품게 됐다. 한화는 2008년에도 대조양 인수를 시도했지만 세계 금융 위기에 따른 자금 조달 문제 등으로 인수를 포기한 바 있다.
대조양 매각은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지난 6월 취임한 지 3개월 만에 성사됐다. 대조양 매각은 올해 1월 현대중공업과 기업결합심사가 불승인된 뒤 매각 여부에 대해 관심이 쏠렸다. 강 회장은 지난 9월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대우조선의 경쟁력 강화 및 처리 방향에 대해 “근본적으로 산업은행이 대주주로 있는 시스템이 이제 효용성이 다하지 않았나 판단한다”면서 “연구·개발(R&D)을 강화하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경영 주체가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게 대우조선을 구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대우조선의 경쟁력 강화와 더불어 빠른 매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매각을 예고한 바 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