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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찌, 중고명품 시장에 적극 베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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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명품회사들이 급성장하는 중고 시장을 놓고 상반된 전략을 펼치고 있다. 구찌, 버버리 등은 적극적으로 명품 중고시장에서 사업 기회를 찾아 나선 반면 에르메스, 샤넬 등은 ‘선긋기’로 일관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명품 중고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명품 브랜드들이 서로 다르게 대응하고 있다고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컨설팅회사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지난해 명품 중고시장 규모(매출 기준)는 2017년보다 65% 커졌다. 반면 명품 신규 상품 매출은 같은 기간 12% 늘어나는 데 그쳤다. 베인앤드컴퍼니는 앞으로 5년 동안 명품 중고시장이 연평균 15% 성장하며 신규 상품 매출 증가율의 두 배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명품 중고시장이 무시할 수 없는 규모로 커지자 일부 브랜드는 직접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구찌, 보테가베네타, 생로랑 등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 명품기업 케링이 대표적이다.

케링은 2020년부터 미국 온라인 중고 명품 거래 플랫폼인 더리얼리얼과 손잡고 구찌 중고제품을 판매하는 데 협업하고 있다. 케링은 지난해엔 또 다른 중고 명품 거래 플랫폼인 베스티에르에 투자해 지분 5%를 확보하기도 했다. 케링의 알렉산더맥퀸 브랜드는 아예 소비자들로부터 중고 제품을 직접 구매한 다음 정품 인증을 해 베스티에르에서 판매하기도 한다. 버버리와 스텔라맥카트니도 더리얼리얼과 제휴했다.

반면 한국 소비자 사이에서 3대 명품으로 통하는 ‘에루샤’(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는 명품 중고시장과 거리를 두고 있다. 명품 중고거래가 늘어날수록 매장에서 신상품 판매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명품 브랜드가 제품 가격을 대폭 인상하는 데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게다가 명품 브랜드에는 신상품 판매 이익률이 훨씬 높다. 악셀 뒤마 에르메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7월 실적발표에서 “중고 거래는 매장을 찾는 고객들에게 피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명품 중고시장의 급성장은 명품 브랜드들이 자초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보복소비’ 열풍이 불면서 명품 브랜드들은 앞다퉈 가격을 인상했다. 명품을 선호하지만 매장에서 신상품을 구매하기 어려워진 소비자들이 중고 명품으로 눈을 돌리게 됐다. 에르메스와 샤넬 제품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 오히려 중고 가격이 매장가보다 비싸 이른바 ‘리셀테크(리셀+재테크·비싸게 되팔아 수익 확보)’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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