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의 빈 그네를 먼저 온 아이부터 타는 건 당연한 걸까. 왜 머리카락은 팔 수 있는데 장기 거래는 불법일까. 집 위로 비행기는 날아가도 괜찮지만 드론은 왜 안 된다고 하는 걸까.
마이클 헬러 미국 컬럼비아대 로스쿨 교수와 제임스 살츠먼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가 쓴 <마인>은 이처럼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왔지만 막상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운 질문으로 화두를 던진다. 두 교수는 소유권에 관한 이론에서 세계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저자들은 소유권의 원칙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알면 여러 사건의 이면에 숨겨진 진실에 눈 뜰 수 있다고 강조한다. 출간 이후 아마존 베스트셀러 목록에 70주 이상 이름을 올리기도 한 책이다.
책에 따르면 ‘소유’를 둘러싼 세상의 모든 논쟁은 지금까지 단 여섯 가지 법칙으로 결정돼 왔다. △먼저 오면 먼저 대접받는다(선착순의 법칙) △먼저 맡은 자가 법적 권한을 가진다(점유의 법칙) △내가 뿌린 것은 내가 거둔다(노동의 법칙) △나의 집은 나의 성이다(귀속의 법칙) △내 몸은 나의 것이다(자기 소유권의 법칙) △우리 집안의 것이 내 것이다(상속의 법칙) 등이다.
그러나 저자들은 최근 들어 소유권을 둘러싼 법칙들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고 말한다. 이 법칙들은 모두 소유권에 대한 이분법적 시각에 머물러 있다. 어떤 대상을 볼 때 ‘내 것’ 아니면 ‘남의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20세기 들어 다양한 소유권 논쟁이 등장하면서 이분법적 논리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과학 연구에 쓰려고 잘라낸 세포를 환자가 소유해야 하는지 등 지금까지 접해볼 수 없었던 ‘내 것’ 논쟁이 다양하게 진행 중이다.
저자들은 내 삶의 주인이 되고자 한다면 소유자이자 소비자, 시민으로서 직접 소유권 싸움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소유권 뒤에 숨은 원칙을 알아보는 눈이 생긴다면 나 자신과 지역사회를 둘러싼 수많은 갈등을 보다 현명하게 바라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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