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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의무매입 예산은 소모성·휘발성 지출"…野 '양곡관리법' 개정에 반기 든 농식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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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부가 과잉 생산된 쌀의 시장격리를 의무화하도록 양곡관리법을 개정하려는 더불어민주당에 공식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정부가 무조건 초과 생산량을 사들이면 고질적인 쌀 공급 과잉 구조가 더 심화하고, 안 써도 될 예산을 투입해 청년농 육성 등 농업 혁신을 위한 투자도 저해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농식품부는 22일 ‘쌀 산업 동향 및 쌀값 안정 방안’을 통해 “시장격리 예산은 매입비, 보관료 및 이자비용으로 농업 발전을 위한 투자와는 관련이 없는 소모성·휘발성 성격의 예산”이라고 밝혔다. 전한영 농식품부 식량정책관은 전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재도 구조적 공급 과잉으로 반복적 시장격리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격리 의무화는 재정 및 서민층 부담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15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기권에도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단독 처리했다. 20일엔 이 법안을 포함한 7개 법안을 10월 정기국회에서 처리할 중점 과제로 선정하며 처리 강행을 예고했다.

개정안은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해 초과 생산된 쌀의 시장격리를 의무화한 게 핵심이다. 현행법상 정부는 쌀 생산량이 예상 수요량의 3% 이상이거나 가격이 전년 대비 5% 넘게 하락하면 초과 생산량 한도 내에서 쌀을 매입할 수 있다. 개정안은 정부의 재량권을 없앴다.

농식품부는 시장격리 의무화가 시장 기능을 무너뜨려 쌀 공급 과잉을 심화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쌀은 2005년 이후 연평균 약 30만t이 초과 생산되고 있다. 전 식량정책관은 “2000년대 이후 쌀 생산 감소보다 소비 감소가 더 큰 공급 과잉 상황을 불렀다”며 “정부 매입이 의무화되면 쌀을 생산하라는 시그널을 시장에 주게 되고 이는 공급 과잉의 악순환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시장격리된 쌀이 3년 뒤 사실상 ‘공중분해’된다는 점이다. 매년 쌀이 남아돌다 보니 매입한 쌀은 보관 기한(3년) 후 매입가 10~20% 수준의 헐값에 주정용·사료용으로 팔린다. 시장격리에 드는 정부 비용은 헐값 매각에 따른 손실에 보관료와 이자를 포함해 10만t당 2290억원에 달한다.

50만t으로 추정되는 올해 초과 생산량을 정부가 의무 매입해야 할 경우 1조1450억원의 혈세가 날아간다. 농식품부가 시장격리 예산을 ‘소모성·휘발성 예산’이라고 규정한 배경이다.

농식품부는 이번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비슷한 논의가 노지 채소 등 다른 작물로까지 확산할 것으로 보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시장 기능이 무너져 가격이 오르면 그 부담은 소비자에게 돌아간다”며 “한정된 예산 상황을 고려하면 청년농 육성이나 스마트팜 전환 등 농업의 미래를 위한 투자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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