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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Fed)이 21일(현지시간) 시장 전망을 뛰어넘는 속도로 기준금리를 올리겠다고 선언한 것은 기대만큼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고 있어서다. 현재 물가상승률을 꺾지 못하면 더 큰 고통을 겪어야 한다는 우려도 선제적 금리 인상에 나선 배경으로 꼽힌다. 하지만 고강도 긴축으로 경기 하강 압력이 커져 성장동력이 훼손되고 실업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연말 美 기준금리 연 4.4%
Fed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결정한 건 크게 세 가지다. 기준금리를 3회 연속 0.75%포인트 인상하고 점도표(금리 전망을 점으로 표시한 지표)로 향후 금리 인상 경로를 제시했다. 이와 함께 성장률과 실업률 같은 경기 전망치를 조정했다.
Fed는 점도표를 통해 올해 말 FOMC 인사들의 예상 금리 중간값을 연 4.4%로 내다봤다. 지난 6월 FOMC 당시 내놓은 전망치(연 3.4%)보다 1%포인트 높다. 이날 0.75%포인트 인상으로 기준금리가 연 3.0~3.25%가 된 점을 감안하면 올해 남아 있는 11월과 12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1.25%포인트가량 추가 인상할 것으로 시장에선 내다보고 있다. 투자은행(IB)들은 대부분 11월에 0.75%포인트를 올린 뒤 12월 0.5%포인트를 인상할 것으로 봤다. 다만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올해 남은 FOMC에서 1.25%포인트를 추가 인상한다고 보는 게 맞지만 상당수 FOMC 위원은 추가 인상폭을 1%포인트로 보고 있다”며 변화 가능성을 열어놨다.
기준금리는 내년 말 연 4.6%로 올라간 뒤 2024년 연 3.9%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2024년 이후 금리에 대해선 Fed 인사 간 의견이 엇갈렸다. 연 4.5~4.75%로 예상한 위원이 2명 있었고 2.5~2.75%로 떨어질 것으로 본 위원들도 있었다.
IB들은 내년 금리 인상 경로에 대해 다른 전망을 내놨다. 씨티는 내년 2월 Fed가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 단기적인 금리 정점이 연 4.5~4.75%가 될 것으로 추정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내년 5월 금리가 한 차례 더 인상돼 금리 고점이 연 4.75~5.0%가 될 것으로 판단했다.
“Fed 전망은 장밋빛” 지적도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매파적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1980년대 초반 기준금리를 무려 20%까지 끌어올리면서 물가를 잡은 ‘초강경 매파’ 폴 볼커 전 Fed 의장의 회고록을 떠올리는 “Keep at it(긴축 통화정책을 밀어붙이겠다)”이란 표현까지 썼다.Fed가 고강도 긴축을 하려는 건 높은 물가 때문이다. Fed는 올해 개인소비지출(PCE) 상승률을 기존 5.2%에서 5.4%로 올렸다. 내년 PCE 상승률도 2.8%로 기존 2.6%보다 상향 조정했다.
긴축 강도가 높아진 만큼 성장에 대한 눈높이는 낮아졌다. Fed는 올해 미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1.7%에서 0.2%로 끌어내렸다. 내년 성장률은 1.7%에서 1.2%로 하향 조정했다. 2024년 성장률은 1.9%에서 1.7%로 낮춰 잡았다.
실업률도 악화할 것으로 봤다. 6월 FOMC에서 3.7%로 예상한 올해 실업률 전망치를 3.8%로 소폭 조정했다. 내년 실업률 전망치는 기존 3.9%에서 4.4%로 올렸다. 고용지표는 경기후행지표인 만큼 올해 성장률이 낮아진 뒤 내년에 실업률 상승폭이 두드러질 것이라는 얘기다. Fed는 2024년 실업률을 4.1%에서 4.4%로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이런 전망이 낙관적이란 지적도 나온다. 데이비드 캘리 JP모간 글로벌 전략가는 “기준금리를 연 4.5%까지 올리면 미국 경제가 버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여러 상황을 볼 때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짐 캐런 모건스탠리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Fed는 노동시장에 큰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 있다고 하지만 시장은 믿지 않고 있다”며 “실업률은 Fed 전망보다 더 많이 오르고 경기침체 위험성은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워싱턴=정인설/뉴욕=김현석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