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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자동차 배터리의 주요 재료인 탄산리튬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중국 등에서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공급 확대가 쉽지 않아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장정보업체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BMI) 자료를 인용해 세계 시장의 기준인 중국 탄산리튬 가격이 최근 1년 동안 네 배가량 뛰었다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탄산리튬은 광물 상태인 리튬염을 정제해 만든다. 탄산리튬 가격은 최근 t당 50만위안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미국 달러로 환산하면 t당 약 7만1000달러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으로 원자재 대부분의 가격이 하락세를 타고 있는 가운데 리튬만이 ‘나 홀로’ 상승하는 이유는 탄탄한 수요 때문이다. 세계 최대인 중국 전기차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중국 자동차업계는 올해 전기차 판매 대수가 지난해의 두 배인 600만 대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탄산리튬 수요가 늘면서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공급 부족도 탄산리튬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올해 여름 중국 쓰촨성의 전력난으로 탄산리튬 정제 공장 가동이 일시 중단되면서 공급량이 줄었다. 중국은 세계 최대 탄산리튬 생산국이며, 쓰촨성은 전체 생산의 20~30%를 차지한다.
세계 자동차 기업들은 탄산리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중국이 장악하고 있는 리튬시장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배터리에 중국산 광물이나 부품을 다량 사용한 전기차를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 때문에 미국 기업들은 자국의 리튬 정제 시설을 확충해야 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7월 리튬 정제를 ‘돈 찍어내는 산업’에 비유하기도 했다.
리튬 공급원인 호주산 스포듀민까지 최근 경매에서 t당 7700달러 이상으로 거래됐다. 스포듀민을 정제하면 탄산리튬을 얻을 수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스포듀민 거래가 탄산리튬 가격이 t당 7만4000달러라는 전제로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