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534.34

  • 33.10
  • 1.32%
코스닥

696.83

  • 19.82
  • 2.93%
1/3

"땡처리 아디다스 신발 잡아라"…이마트서 '진풍경' [박동휘의 컨슈머 리포트]

페이스북 노출 0

핀(구독)!


글자 크기 설정

번역-

G언어 선택

  • 한국어
  • 영어
  • 일본어
  • 중국어(간체)
  • 중국어(번체)
  • 베트남어
얼마 전 이마트 성수점 앞에서 진풍경이 펼쳐졌다. 개장하자마자 사람들이 몰려들더니 오전 10시경엔 늘어선 줄이 100명을 넘어섰다. 10시 30분부터 시작될 예정이던 신발 할인 행사에 먼저 도착하려는 행렬이었다.

이날 행사는 아디다스, 필라, 리복, 퓨마 등의 유명 브랜드 신발을 최대 90% 할인해서 판매했다. 일부 상품은 1만원에 등장하기도 했다. 23일 이마트에 따르면 행사 첫날인 15일 하루에만 약 1500명이 행사장을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땡처리 아디다스 신발 잡아라"대형마트에서도 '오픈런'
대형마트의 ‘땡처리’ 행사가 성황이다. 매대에선 생과일보다 냉동 과일이 훨씬 더 잘 팔린다. 대파, 고추, 양파 등 야채들도 7월 이후 이달 18일까지 냉동 제품의 전년 대비 성장률이 37%에 달할 정도다. 가전 중에선 냉동 제품을 데워 먹기에 최적인 에어프라이어의 매출만 유독 플러스를 기록하고 있다. 씁쓸한 불황형 소비의 단면들이다.

이마트 판매 상품을 분석한 결과, 대표적인 냉동 가공식품인 냉동만두는 여름철 비수기였음에도 불구하고 7월 이후 매출이 전년 대비 16%가량 신장했다. 냉동 피자, 동그랑땡 등 냉동 가공식품 전체 매출은 17.1% 늘었다.

선도를 중시하는 신선식품에서도 냉동 상품에 대한 수요가 생물을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선 과일이 1% 증가한 데 비해 냉동 과일은 8.1% 늘었다. 고급 과일 중 하나인 블루베리가 대표적이다. 같은 기간 냉동 블루베리 매출은 12.1% 신장했으나 수입 생(生)블루베리는 10.2% 감소했다. 이마트에서 미국산 냉동 블루베리 1.5㎏ 상품은 1만4800원에 판매하고 있다. 미국산 생(生)블루베리 310g 상품은 8980원이다. 100g당 환산하면 냉동과 생물이 각각 986원과 2897원으로 가격 차이가 확연하다.

이마트 관계자는 “냉동 채소의 판매율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며 “찌개용, 볶음밥용, 라면용 등 혼합제품이 인기다”고 설명했다. 요리에 필요한 채소들을 각각 구매할 필요 없이 한가지 상품으로 여러 종류를 구비할 수 있어 경제적이다. 손질 과정도 줄일 수 있어 편리하다는 점이 냉동 채소의 장점이다. 7월 이후 이달 18일까지 냉동 채소의 판매 성장률이 37%에 달한 데 비해, 일반 채소 증가율은 5.6%에 불과했다.
냉동실에 쟁여 놓고 먹는 불황형 식문화
프리미엄 상품의 대명사인 한우도 이마트 자체 브랜드인 노브랜드 냉동 한우가 인기다. 냉동 국거리, 냉동 불고기, 구이용 냉동우삼겹 등 노브랜드 냉동 한우 매출은 7월 이후 이달 18일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배(307.1%) 늘었다. 노브랜드 한우 1등급 냉동 차돌박이 1팩(250g) 가격은 2만3680원으로 100g당 9472원이다. 냉장 차돌박이 1등급(100g당 1만2880원)보다 26%가량 저렴하다.

국내산 냉동 돼지고기도 마찬가지다. 전년 대비 97.6% 신장했다. 이마트 국내산 냉동 삼겹살 1팩(800g)은 1만8480원으로 100g당 2310원이다. 냉장 삼겹살 정상가(100g당 2980원)보다 22% 저렴하다. 같은 기간 생돼지고기의 성장률은 0.6%에 불과하다.

대형마트 델리 코너의 음식들이 날개 돋친 듯 팔리는 것도 불황의 전조라는 해석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초밥은 7월 이후 17.9% 신장했다. 연어, 광어, 초밥, 장어 등 인기 초밥들로 구성된 이마트 스시 프리미엄 모둠초밥(18입)의 가격은 2만1980원으로 하나에 1221원 수준이다.
이밖에 바비큐류 34.6%, 튀김류 29.8%, 족발 순대 21.5%, 샐러드 55.6% 등 이마트의 7월 이후 델리 카테고리 전체 매출은 19.8% 신장했다.

불황은 커피 습관도 바꿔놓고 있다. 커피 취향의 고급화로 꾸준하게 줄어들던 믹스커피 매출은 올해 반전을 일으키고 있다. 이마트에서 믹스커피 매출은 2020년 13.9%, 2021년 6.5% 감소했지만, 올해는(1월~8월) 오히려 6.0% 신장하며 대비를 이루고 있다. 7월 이후(7/1~9/18) 기준으로도 7.0% 늘어나며 여전히 성장세다.

홈 카페 역시 늘고 있다. 7월 이후 이마트 커피머신 매출은 33.1% 늘었고, 원두커피 역시 8.7% 증가했다. 피코크 브라질 세라도 엔와이투 1kg(홀빈)은 1만9800원으로 커피 한잔에 약 10g의 원두를 사용한다고 가정했을 때, 잔당 원두값은 200원 수준이다.
파리 날리는 대형 가전, 에어프라이어만 '호황'
구매를 결정하기까지 숙고를 해야 하는 대표적인 고관여 상품인 가전 역시 가격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자체브랜드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대형 가전의 판매량이 뚝 떨어졌다”며 “그나마 잘 팔리는 가전은 냉동식품을 조리하는 데 특화한 에어프라이어류 정도”라고 설명했다. 7월 이후 이달 18일까지 에어프라이어는 전년 대비 5.8% 신장했다. 에어프라이어, 오븐, 전자레인지의 기능을 모두 할 수 있는 오븐레인지의 경우 16.8% 증가했다.

대형 가전을 사더라도 PB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도 뚜렷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TV다. 대형마트에서는 PB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마트에서는 2022년 1분기 전체 TV 판매량의 37%를 차지했던 자체브랜드 비중은 2분기 39%로 높아졌고, 3분기 들어(7월 1~9월 18일) 45%까지 높아졌다.

이마트가 7월 중순 출시한 자체브랜드 안드로이드 TV 2종은 벌써 4000대가량 판매됐다. 이 기간 이마트에서 TV를 구매한 고객 4명 중 1명은 PB 상품인 안드로이드 TV를 선택했다. 안드로이드 TV(43인치)는 31만9000원, 일렉트로맨 안드로이드 TV(55인치)는 54만9000원으로 삼성, LG전자의 동급 TV 대비 절반 수준 가격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 염색되는 샴푸, 대나무수 화장품 뜬다

실시간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