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리버(retriever)는 지구상에 있는 400여 종 개들 가운데 가장 인기 있고 유용한 견종이다. 60㎝ 가까운 키와 30㎏ 안팎의 큰 덩치에 비해 성격이 온순하고 활발한 데다 영리하고 민첩해서 수색, 구조, 마약탐지, 시각장애인 안내, 사냥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맹활약 중이다. 최초의 시각장애인 안내견은 독일산 셰퍼드였으나 지금은 전 세계에서 활동 중인 안내견의 90% 이상이 레트리버종이라고 한다. 많은 연구를 통해 기질, 품성, 사람과의 친화력, 건강과 체력 등이 검증돼서다.
레트리버는 크게 래브라도 레트리버, 골든 레트리버로 나뉘는데 둘 사이엔 공통점이 있다. ‘되찾아오다, 회수하다’는 뜻의 영어 ‘retrieve’에서 파생한 이름이 말해주듯 이들은 원래 ‘회수’ 전문가였다. 털이 짧고 조밀한 래브라도 레트리버는 캐나다 동부 뉴펀들랜드섬 래브라도 지방에서 어부들이 해안에 펼쳐놓은 그물을 물어오던 회수견이었다. 19세기 영국 탐험가들이 이들을 유럽에 데려갔고 20세기에는 미국에도 전파돼 영국과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견종이 됐다. 길고 윤기 있는 황금빛 털이 아름다운 골든 레트리버는 영국이 원산지로, 오리를 비롯해 물가에 사는 새들을 사냥할 때 사냥감을 찾아오던 개였다.
대통령의 반려견 ‘퍼스트 도그(First Dog)’라는 것도 공통점이다. 제럴드 포드 전 미국 대통령의 골든 레트리버 ‘리버티’는 주인과 함께 백악관에 입성해 퇴임 후에도 함께 살다가 1984년 세상을 떠났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반려견 ‘버디’는 반려묘 ‘삭스’와 함께 미국 아이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2017년 멕시코 강진 현장에서 52명의 조난자를 구한 해군 구조견 ‘프리다’는 국민 영웅이 됐다.
경기 용인의 삼성화재안내견학교에서 훈련을 마친 8마리의 안내견이 지난 20일 8명의 동반자를 만났다. 1994년 분양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분양된 안내견은 총 267마리. 현재 활동 중인 안내견은 70마리로,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을 안내하며 헌정사상 최초로 2020년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간 조이도 그중 하나다. 안내견 활동을 마치고 반려견으로 일반 가정에 분양돼 사랑을 나누다 삶을 마감한 견공(犬公)도 130마리나 된다. 이 학교 홈페이지에 이들을 추모하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시각장애인들에게 빛을 되찾아주는 레트리버는 역시 회수 전문가다.
서화동 논설위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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