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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진의 숫자로 보는 세상] 나랏빚 꼼꼼히 따질 '회계기준 제정기구'는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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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국가부채는 얼마나 될까? 최근 누구보다 이에 관심을 가졌을 사람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아닌가 싶다. 대선을 앞두고 안 의원은 올해 1월 초 경제 전문 유튜브 채널에서 국가부채 유형 중 하나로 D4를 언급하며 문재인 정부가 D4 규모를 공개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안 의원은 D4 관련 국민연금 누적 적자가 2088년 무려 1경7000조원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이후 이 연구위원이 다른 유튜브 채널에서 안 의원이 언급한 D4는 존재하지 않는, 안 의원이 만든 개념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논쟁이 될 만큼 국가부채가 정말 중요한가? 영국 SSCI저널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 증가하면 국가신용등급은 약 0.04등급 하락했고, 국채 수익률은 약 0.03% 증가했다. 여기서 국채 수익률 증가는 국채상환위험 증가를 의미한다. 이로 인해 기업의 자금조달비용은 당연히 증가하고,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의 부도 가능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참고로 국가채무를 일으키는 재정적자가 GDP 대비 1% 증가하면 국가신용등급은 약 0.15등급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이렇게 중요한 국가부채가 얼마나 될까? 지난 4월 5일 기획재정부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2021년 말 우리나라의 국가부채는 전년 대비 214조7000억원(10.8%) 증가한 2196조4000억원에 달한다.

기업과 달리 국가의 경우 부채와 자산의 직접적인 비교는 해석에 한계가 있지만, 2021년 말 우리나라의 국가자산이 전년 대비 352조8000억원(14.2%) 증가한 2839조9000억원이므로 국가부채는 국가자산의 약 77.3% 수준이다. 2021년 GDP 기준으로 국가부채가 약 10.4% 증가했으므로, OECD 분석 결과를 적용하면 2021년 국가부채 증가는 국가신용등급을 전년보다 약 0.41등급 하락시키는 수준이다.

그런데 국가부채 2196조4000억원 중 D1으로 불리는 국가채무는 전년 대비 120조6000억원(14.2%) 증가한 967조2000억원으로 국가부채의 44% 정도다. 국가부채가 소위 발생주의라는 회계개념에 따라 국채나 차입금과 같은 확정부채뿐만 아니라 공무원과 군인에 대한 연금충당부채 등 비확정부채를 포함한 규모라면, D1의 국가채무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 상환 의무가 있고 원리금 상환 일정이 확정된 채무를 의미한다. 국가부채가 아닌 D1의 국가채무를 기준으로 할 경우, 국가자산의 약 34.1%로 국가부채보다 절반 이상 감소하며 OECD 분석 결과를 적용한 국가신용등급 하락도 약 0.23등급에 그친다. 한편 국가부채 유형 중 D2(일반정부부채)와 D3(공공부문부채)의 2021년 말 금액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12월에 발표된다. 다만 2020년 D2와 D3는 각각 945조1000억원과 1280조원으로 D1의 111.6%와 151.2%에 달한다.

이렇게 국가부채의 정의에 따라 재정 의사결정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국가부채의 정의 등을 제정하는 국가회계기준은 전문성뿐만 아니라 독립성을 갖춰야 한다. 이에 미국의 GASB(정부회계기준위원회) 등 해외 국가들은 국가회계기준 제정 기구를 정부와 독립해 별도로 두고 있다. 우리나라도 기획재정부 위원회로 설치한 국가회계제도심의위원회와 행정안전부의 지방회계제도심의위원회를 둬 독립성을 보완해왔다. 그런데 정부는 공익법인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설치한 공익법인회계기준심의위원회 등을 포함해 회계 관련 3개 위원회를 모두 폐지했다.

앞서 안 의원과 이 연구위원의 논쟁에서처럼 국가부채의 정의에 따라 재정평가와 의사결정이 달라지듯이, 정부 정책이나 정치적 영향력에서 회계기준의 독립성이 훼손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결정이다. 관련 위원회가 활발히 개최되지 않아 폐지하는 것이라면 국가재정 정보의 투명성을 위해 폐지보다 오히려 적극적인 개최 노력이 올바른 정책 방향이며, 최소한 3개 기준 위원회 폐지에 따른 회계기준의 독립성 보완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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