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외교장관이 유엔 총회를 계기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해법을 논의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오른쪽)은 배상 재원 마련을 위한 우리 측 구상을 일본에 구체적으로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외교부에 따르면 박 장관과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유엔 총회가 열리는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19일(현지시간) 약 55분간 회담했다. 이날 회담에선 양국 간 최대 갈등 현안인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박 장관은 네 차례 열린 민관협의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하야시 외무상에게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제기된 다양한 해법과 피해자 요구 등을 매우 구체적으로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구체적 해법은 앞으로 (한국) 피해자뿐 아니라 각계각층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결정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민관협의회는 일본 강제징용 피고 기업의 배상을 위한 재원 조성에 우리 정부의 예산을 투입하는 데 부정적인 입장을 정리했다. 또 양국 기업들이 출연한 기금으로 재단 등을 설립하되 전범 기업들이 이에 참여하는 방안 등이 제시됐다.
외교가에선 구체적 쟁점에 합의가 이뤄질지 속단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 외무성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하야시 외무상은 일본 측의 일관된 입장을 전했다”고 밝혔다. ‘일관된 입장’이란 배상 문제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등으로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일본 정부 주장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외무성은 “양국 외교장관은 외교당국 간 이뤄지고 있는 건설적인 의견 교환을 평가했다”며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릴 수 있도록 양국 간 협의를 계속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국 외교장관은 21일 개최가 유력한 한·일 정상회담의 형식과 의제 등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상회담과 관련해선 양국 모두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날 장관회담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확정됐는지에 대해 “현재 확인해줄 것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일본 측이 강제징용 배상 등의 현안에 대한 성과가 담보되지 않아 한국과 정상회담을 여는 데 신중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한·일 관계 개선 의지를 거듭 밝혔고 대통령실도 ‘상황 변동이 없다’고 밝힌 만큼, 양국 정상의 만남이 어떤 형태로든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김동현 기자/뉴욕=정소람 특파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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