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8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버킹엄궁에서 찰스 3세 영국 국왕을 만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향한 애도의 뜻을 전달했다. 19일엔 런던 중심가인 웨스트민스터 성당에서 진행된 장례식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엘리자베스 2세의 장례식을 하루 앞둔 18일 영국에 도착해 곧바로 찰스 3세가 주관한 리셉션에 참석했다. 각국 정상과 왕족 등을 제한적으로 초청한 행사다. 김 여사도 동행했다. 윤 대통령은 검은 정장에 넥타이, 김 여사는 검은 원피스를 입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찰스 3세에게 “자유와 평화의 수호자로서 항상 헌신하신 여왕님을 잊을 수 없을 것”이라며 “대한민국 국민 또한 이 슬픔을 함께하고 있다”고 위로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전했다.
찰스 3세는 이에 대해 “먼 곳에서 이곳까지 와주신 데 대해 깊은 감사를 표한다”고 답했다. 또 윤 대통령이 기존 순방 일정을 조정하면서 영국을 방문한 것에 대해서도 감사를 표했다.
윤 대통령 부부는 19일 국장으로 치러진 여왕의 장례식에 참석한 뒤엔 조문록에 조사(弔詞)를 남겼다. 조문록엔 “자유와 평화 수호를 위해 힘써오신 여왕님과 동시대의 시간을 공유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은 여왕님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당초 찰스 3세 주최 만찬에 앞서 고인의 관이 안치된 웨스트민스터 홀을 찾아 애도할 계획을 세웠지만, 현지 교통 통제로 이동이 어려워지자 계획을 취소했다. 정치권에서 ‘다른 정상들은 도보를 통해 조문했다’는 비판이 나오자 김 수석은 현지 브리핑을 열고 “이른 오후(오후 2~3시) 이전 도착한 정상들은 조문할 수 있었지만, 이후 도착한 정상들은 조문록을 작성하는 게 좋겠다는 (왕실 측) 안내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김 수석은 영국 왕실이 윤 대통령을 홀대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시간이 촉박하다는 우려 때문에 영국 총리 측에서 차량과 사이드카 4대 등 경호 인력을 추가 배정해 윤 대통령의 안전하고 원활한 이동을 도왔다”며 “영국 왕실과 정부의 각별한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찰스 3세는 전날 리셉션에서 윤 대통령 부부에게 왕실 가족을 한 명 한 명 소개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리셉션에서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를 비롯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상임의장,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 등 글로벌 정상들을 만나 환담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 부부가 바이든 대통령 부부와 조우한 자리에서 ‘뉴욕 유엔총회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다”고 전했다. 한·미 양국은 유엔총회가 열리는 뉴욕에서 21일 정상회담을 할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하루 앞선 20일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한다.
런던=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