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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 업계 "한 달 버틸 돈만 남아"…토스마저 단기차입금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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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산업은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의 최대 수혜주로 꼽혔다. 막대하게 풀린 유동성은 스타트업 투자에 몰렸고, 그중에서도 폭발적으로 늘어난 비대면 금융 수요와 겹쳐 ‘글로벌 핀테크 붐’을 일으켰다. 투자 풍년에 핀테크 스타트업의 몸값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CB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신생 핀테크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인 스타트업)은 163개에 달했다. 어펌 업스타트 코인베이스 등 미국 증시에 상장한 핀테크 기업은 2020년 이후 30곳이 넘는다.


올 들어 상황은 급변했다. 인플레이션 쇼크로 금리가 급등하고 투자 시장이 얼어붙으며 핀테크업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화려하게 상장했던 핀테크 기업들의 주가는 급락했고, 거액의 투자를 받아 몸값을 높이고 아낌없이 ‘돈을 태워가며’ 사용자를 끌어모았던 비상장 업체들은 자금난에 빠졌다.

한 핀테크 업체 대표는 “벤처캐피털업계에선 이미 내년 상반기까지 신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집행은 사실상 문을 닫았다는 소리마저 나온다”며 “기업 가치가 어느 정도 되고 투자 규모가 큰 핀테크일수록 자금 유치가 더 어렵다”고 전했다. 대형 투자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소액 엔젤 투자라도 받아 급한 불을 끄려는 사례도 늘었다. 올 2분기 글로벌 핀테크 투자 가운데 엔젤 투자 비중은 15%로 최근 4년 내 가장 높았다.
허리띠 졸라매고 고금리 대출도
창업 10년 차를 바라보는 한 핀테크 업체 B사 대표는 얼마 전부터 가까운 임직원에게 “이제 한 달 남았다”는 말을 자주 한다. 몇 달째 투자 유치 작업이 난항을 겪으면서 운영자금이 점점 바닥을 드러내고 있어서다. 이 회사는 올초까지만 해도 직원들이 새로운 기술을 연구하고 업계 동향을 발 빠르게 파악할 수 있도록 회삿돈을 지원해 자유롭게 어디로든 출장을 다니도록 했지만 얼마 전부터 이마저 끊었다. 정말 필요한 출장에 대해서만 비용을 지급하고 직원의 자기계발을 지원하는 각종 복지 비용도 대폭 줄였다. 비용 지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궁여지책이다.

‘찬바람’은 유니콘 기업도 비껴가지 않았다. 모바일 금융 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지난달 마무리한 시리즈G 라운드가 애초 기대금액(1조원)의 절반 수준인 5300억원으로 끝났다. 이처럼 투자심리가 얼어붙을 것을 감안해 지난 3월 대출을 받아 운영 자금을 마련해둔 상태다. 토스의 차입금은 작년 말 3333억원에서 올 2분기 6136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특히 만기가 1년 이하인 단기차입금이 같은 기간 968억원에서 3162억원으로 증가액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은행으로부터 받은 2173억원가량의 신규 차입금은 연 4~5%의 변동금리 대출이어서 추후 금리 상승에 따라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SBI저축은행(연 6%)이나 KB증권(연 5.5%), DGB캐피탈(연 5.8%), 사모사채(연 6.5~7.5%) 등 비교적 금리가 높은 2금융권으로부터 대출을 받은 점도 눈에 띈다. 토스 관계자는 “금리 인상에 따라 부담이 더 늘어날 것에 대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려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핀테크 몸값 오버슈팅 바로잡히는 과정”
투자업계에선 ‘올 게 왔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그동안 핀테크업계에 돈이 지나치게 많이 몰리면서 기업 가치가 과도하게 치솟는 ‘오버슈팅’이 바로잡힐 때가 됐다는 것이다. 지난해만 해도 몸값이 456억달러(약 63조5400억원)에 달했던 스웨덴의 후불결제 핀테크 기업 클라르나가 최근 투자받기 위해 기업 가치를 67억달러(약 9조3400억원)로 낮춘 것은 핀테크업계 현실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건으로 꼽힌다.

한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기존 핀테크 스타트업의 밸류에이션(가치 평가)이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목소리가 많은 게 사실”이라며 “이제 스타트업도 성장 가능성만 강조하기보단 경영을 효율화하고 당장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고 했다.

빈난새/박진우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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