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2세 여왕 서거를 계기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식민시절 영국 국왕에게 선물한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를 반환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CNN에 따르면 '아프리카의 위대한 별' 혹은 '컬리넌 다이아몬드'로 불리는 다이아몬드를 반환해 남아공 박물관에 전시해 달라는 청원에 7500명 이상이 서명했다.
컬리넌 다이아몬드는 1905년 토머스 컬리넌이 운영하는 남아공의 한 광산에서 채굴됐다. 3106캐럿 크기로 사람 심장만 했다 전해진다. 이를 남아공 정부가 사들였고, 1907년 당시 영국 국왕이던 에드워드 7세의 66세 생일 기념으로 이 다이아몬드를 선물했다.
영국으로 건너간 다이아몬드는 9개의 큰 다이아몬드와 96개의 작은 조각으로 절단됐다. 가장 큰 돌(530캐럿)은 '아프리카의 위대한 별', 두 번째 큰 돌(314캐럿)은 '아프리카의 작은 별'으로 명명됐다. 이들 조각은 영국 왕권을 상징하는 지팡이 홀과 왕관 장식에 사용됐다. 엘리자베스 2세는 1953년 6월 대관식에서 해당 왕관을 쓰고 홀을 들었다. 이 밖에 많은 초상화와 사진에서도 이 다이아몬드를 착용한 모습이 발견됐다.
컬리넌 다이아몬드의 반환 목소리가 커진 것은 이달 19일 치러지는 장례식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관 위에 컬리넌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왕관과 지팡이 홀이 놓이기 때문이다. 남아공인들은 컬리넌 영국이 식민 역사 청산 차원에서 이 다이아몬드를 남아공에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영국은 과거 남아공 정부가 선물한 것인 만큼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에베리스토 벤예라 남아공 대학 교수는 CNN에 "식민지 거래는 불법적이고 부도덕하다"며 "채도난당한 다이아몬드를 받은 사람도 무죄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남아공 야당의 대변인 레이 앤 매티스는 "고인이 된 영국 여왕은 반세기 넘게 이 다이아몬드들을 과시해왔다"며 "영국의 식민지 세력은 땅을 훔치고, 원주민들의 광산을 유용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의 요구는 '아프리카의 위대한 별'이 포함된 모든 식민지 도난품에 대한 송환"이라며 "우리는 반환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는 영국 왕실이 다이아몬드를 빌렸다는 뜻으로, 유효한 합의가 있었다는 것을 암시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