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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첫 美 주지사 영부인 "관저에 김치냉장고 둔 건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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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대한민국의 딸입니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말처럼 저 역시도 그렇습니다.”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의 부인인 유미 호건 여사가 17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메릴랜드 경제사절단의 한국 방문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호건 여사에겐 ‘한국계 최초의 미국 레이디퍼스트’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호건 여사는 1959년 전남 나주에서 8남매의 막내로 태어난 한국 출신이다. 지금도 그를 제외한 형제 대부분이 한국에 살고 있다. 2001년 미국의 한 미술 전시회에서의 만남이 계기가 돼 2004년 호건 주지사와 결혼했다. 2020년 4월 코로나19 유행 국면에서 메릴랜드주가 한국산 진단키트를 직항기로 공수할 때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한국 기업들과 연락한 호건 여사의 노력이 있었다.

호건 여사는 “한국에 방문하니 명절에 친정을 방문한 것 같은 느낌이다”며 이번 방한의 소회를 밝혔다. 경제사절단을 동반한 호건 여사의 방한은 이번이 세 번째다. 2017년엔 남편 없이 혼자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오기도 했다. 이번 방한에선 남편 못지않게 일정을 알차게 채웠다. 강남 차병원과 교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숙명여대에선 특강을 열기로 했다. 방한한 경제사절단에게 경복궁과 청와대를 보여주고 싶다는 뜻도 드러냈다.

호건 여사는 “인천공항에 도착해 높은 빌딩을 보니 전쟁 이후 한국이 단기간에 급속도로 성장했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웠다”며 “같이 온 사절단원들이 ‘한국이 깨끗하다’는 말을 할 때도 (한국의 발전상이)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약 8년간의 주지사 임기 동안 기억나는 일을 묻자 호건 여사는 한국인으로서의 뿌리를 강조했다. ‘경제 성장’을 기억나는 성과로 꼽은 호건 주지사와 달리 그는 “난 대한민국의 딸이라 남편과 답이 다르다”고 답했다. 이어 “나에겐 매번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어 어깨가 무거웠다”며 “미국 모든 주를 통틀어 최초의 한국 영부인이자 아시아계 영부인이었다”고 했다. 이어 “나무를 심듯 태권도를 심자는 뜻으로 4월 5일을 태권도의 날로 지정하고 설날엔 김장을 직접 담가 사람들을 대접하고 있다”며 “한국 음식을 유튜브 채널에도 소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메릴랜드주는 엘리콧시티 한켠에 코리아타운을 상징하는 조형물을 세우고 코리아타운을 만들었다. 호건 여사는 “강원도에서 소나무를 들여와 조그마한 게이트웨이(관문)를 세웠던 때는 너무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호건 여사는 “한국인 퍼스트레이디이기 전에 메릴랜드주의 퍼스트레이디”라며 “어머니의 마음으로 다민족 문화, 이민족 문화 등을 어루만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산 진단키트를 들여왔던 때를 회상할 땐 각별한 소회를 드러냈다. 2020년 4월 코로나19 유행 초기 메릴랜드주는 한국 진단업체인 랩지노믹스에서 코로나19 진단키트 50만개를 들여왔다. 호건 여사는 “그때 당시엔 미국에서 진단키트를 공급할 수 있는 데가 몇 군데 없었다”며 “당시 한국에서 메릴랜드주로 오는 직항이 없던 상황에서 진단키트를 실은 대한항공 비행기가 도착했을 땐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호건 주지사에게 공화당 대선후보 출마를 권유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엔 말을 아꼈다. 호건 여사는 “주지사가 말 못 하는데 내가 더 말을 할 순 없다”며 “지금까지 그래왔듯 (이번 주지사 임기) 마지막까지 항상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음식에 대한 호건 주지사의 애정도 강조했다. 호건 여사는 “메릴랜드주는 주지사 관저에 유일하게 김치냉장고가 있는 곳”이라며 “제가 김치를 사먹지 않고 매번 담가먹는데 (남편이) 저보다 더 맵게 먹을 뿐 아니라 김치가 맛있는지 맛이 없는지를 구분할 수 있을 정도다”고 말했다.

호건 여사는 남편이 제일 좋아하는 한국 요리로 자신이 만드는 매콤한 돼지불고기를 꼽았다. 그는 “덜 맵게 돼지불고기를 만들면 ‘고춧가루를 더 넣으라’고 (남편이) 이야기한다”며 “이번 방한 중 제주를 방문했을 때도 (남편이) 국물에 밥을 말아먹고 한국사람처럼 밥을 먹으며 젓갈들을 다 맛봤다”고 했다.이 말에 호건 주지사는 “(아내가) 맛있는 음식으로 유명한 전라남도 출신”이라며 “장모님에게 배운 요리 솜씨가 뛰어나다”고 화답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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