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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매니저 교체, 무심코 지나쳤는데…"독 일까, 약 일까" [신민경의 롤링페이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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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시장에 투자하는 방법으로 '펀드'가 있습니다. 자산운용사의 펀드에 돈을 넣으면 '펀드매니저'가 수수료를 받고 운용을 하는데요. 정기적으로 날아오는 운용보고서에는 펀드매니저가 누구인지가 표기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 홈페이지엔 거의 매일같이 일반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의 투자운용 인력 변경을 알리는 수시공시가 뜹니다.

펀드매니저의 운용역량은 펀드의 운용성과를 결정짓는 주요 요인 중 하나입니다. 때문에 투자자로서 공시들을 마냥 가볍게 넘길 수만은 없는데요. 시장 전문가들도 일찍이 이런 고민을 했습니다. 직·간접 투자의 장점을 고루 갖춘 ETF 시장이 외연을 넓히는 지금, 운용역의 교체가 펀드의 성과와 자금 유입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조사한 논문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논문을 접하기 전에 투자자 공시 대상을 짚고 가겠습니다. 펀드매니저는 크게 책임운용역(정매니저)과 부책임운용역(부매니저)으로 나뉘는데, 모두 수시공시와 자산운용보고서의 보고 대상자입니다. 이들의 직위와 운용펀드수, 운용규모와 성과, 경력년수 등이 각 펀드의 투자설명서에 표기됩니다. 투자자들은 내 펀드를 어떤 사람이 운용하는지 언제든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운용사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책임운용역엔 자산운용사의 최고투자책임자(CIO)나 유관파트 본부장의 이름을 올리고, 실제 운용을 맡는 실무자를 부책임운용역에 두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임원이 회사를 나가거나 실무자들의 담당 파트가 바뀌는 경우 이들이 굴려온 펀드들의 운용역이 대폭 물갈이되는 것이죠.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1일 기준 국내 공모펀드 운용사 57곳의 펀드매니저(사모펀드 운용 매니저·비운용 매니저 제외)는 총 785명입니다. 이들의 현직장 평균 재직기간은 4년 2개월입니다. 펀드매니저 교체가 그만큼 잦을 것이란 게 예상되는 대목입니다. 조금 지난 통계이긴 하지만 자본시장연구원은 2001년부터 2009년까지 기간 동안 국내 펀드매니저의 이직률이 평균 22.4%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5명 중 1명꼴로 근무하던 운용사를 옮겼다는 의미입니다.

펀드매니저들의 잦은 '자리이동'은 숫자로 확인했습니다. 이젠 우리의 펀드 성과에 영향을 주는가 여부를 살펴볼까요? 매니저의 운용기간과 수익률 사이의 유의미한 인과관계를 찾아낸 논문이 2018년 10월 한국재무학회 학술대회를 통해 발표됐었는데요. 박영규 성균관대 교수와 주효근 한화자산운용 솔루션컨설팅팀 부장(교신저자)이 쓴 논문 '펀드매니저 교체가 펀드의 성과, 위험, 자금흐름에 미치는 영향 연구'입니다.

논문은 2004년부터 2015년 3월 말까지의 기간 동안 펀드매니저 교체 전후의 성과·위험 변화를 분석했습니다. 이를 위해 펀드매니저 교체 발생 직전 1년 동안의 성과가 동일유형 상위 50%에 해당하는 펀드는 'PP(Positive Performance) 펀드'로, 성과 하위 50%에 해당하는 펀드는 'NP(Negative Performance) 펀드'로 나눠서 정의했습니다.

분석 결과 펀드매니저 교체 이후 NP 펀드는 성과가 개선되지만, PP 펀드는 성과가 저조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쉽게 말해서 교체 전까지 성과가 부진했던 펀드는 수익률이 나아지는데, 반대로 성과가 좋았던 펀드는 오히려 교체 이후 부진한 흐름을 보였단 겁니다. 이는 자산운용사가 기존의 성과가 저조한 펀드매니저에 비해 운용역량이 우수한 펀드매니저를 고용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성과가 좋았던 펀드매니저를 대체할 수 있는 펀드매니저는 찾기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는 투자자들에게 '독'일 수도 '약'일 수도 있습니다. 과거 성과가 저조했던 펀드의 펀드매니저 교체는 청신호인 반면 우수한 펀드매니저의 교체는 펀드 투자자들에게 부정적인 신호로 다가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연구진은 다만 펀드매니저 교체 후 1년까지는 PP 펀드의 성과가 상대적으로 우수했단 점에서 매니저 교체 이후에 펀드의 성과가 급격히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부연했습니다.

아울러 자금 유입과 관련해선 유의미한 변화가 도출되진 않았습니다. 펀드매니저 교체 전후의 자금유입 증가율 차이는 없었고 NP펀드와 PP펀드 사이의 자금유입 증가율 차이도 유의하지 않았습니다. 펀드매니저 교체가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데도 불구하고 자금흐름에 이렇다할 변화가 없다는 것은 결국 국내 시장에서 펀드매니저 교체와 같은 중요한 정보가 투자자에게 잘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을 반증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습니다.

연구진은 논문의 결론이 운용사와 투자자, 당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논문의 교신저자인 주효근 한화자산운용 솔루션컨설팅팀 부장은 기자와 통화에서 "운용사로선 저조한 성과가 나는 펀드들의 운용역을 교체한다든가 운용능력이 좋은 매니저들에겐 보상을 주는 식의 전략을 펼 수 있고 투자자로선 운용역 교체를 전후로 긴장감을 갖고 펀드 성과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투자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공시에서 정보를 취해야 한다는 입장도 전했습니다. 주 부장은 "공시 등을 통해 펀드매니저 교체가 수시로 공개되고 있지만 투자자들이 관심을 갖고 보지는 않는다"며 "펀드 투자자들 스스로 자신의 부에 미치는 영향을 따져가며 각종 펀드 관련 공시와 뉴스를 적극적으로 찾아보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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