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30일에 기고한 글에서 보험계약마진(CSM)의 과대 측정과 시행 초기 인식하는 이익 증대의 원인으로 통합의 수준(LoA: Level of Aggregation)의 문제, 계약의 경계(CB; Contract Boundary) 적용 오류 두 가지를 들었다. 직접 현업에 들어가 계리적 검증을 수행 해보면 여러가지 크고 작은 원인이 추가적으로 발견되곤 한다.
나열식으로 여러 원인을 기술하다 보니 독자들이 이해하기에 다소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은 나열식으로 각각의 상세 부분들을 설명하고(분석과정), 이후 복잡한 구조물을 건축하듯이(종합과정) 결론과 더불어 단계적 해결 방안을 제시해 보겠다.
‘CSM’과 ‘계약의 경계’는 IFRS17 내에서 새롭게 정의하여 탄생한 용어들이다. 이보다 더 혼란스러워 하는 새로운 개념의 용어가 바로 ‘위험조정(RA: Risk Adjustment)’인데, 위에서 언급했던 CSM 과대 추정의 원인으로 얼마나 크게 작용한 것인지는 더 세밀히 살펴봐야 하겠지만 (현재 국내에서의 측정에는 명확히 개선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현재 몇 달 안 남은 상황에서 감독회계규정(SAP: Statutory Accounting Principle)과 관련하여 적지 않은 이슈가 제기되고 있다. 생명보험협회 및 손해보험협회의 의뢰를 받아 한국 보험계리사회 주도로 전문가들로 구성된 TFT에서 RA에 대한 검토의견서를 작성하고 있다. 필자는 초기에 참여하였다가 비참여로 입장을 철회하였는데, 그 이유는 필자의 IFRS17에 대한 의견과 다르게, 현재 업계의 구축 방법론을 고수하려고 한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RA에 관한 IFRS17 기준서의 명확한 정의와 K-ICS(혹은 Solvency II)에서의 위험마진(RM)의 차이, RA 측정에 관한 해외사례와 평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필자의 결론 순으로 향후 두세 차례에 걸쳐 논해보고자 한다.
RA는 IFRS17 기준서 발표 전인 2013년 공개초안에서 처음 등장한 용어이다. 그 이전 2010년 공개초안에서는 Solvency II의 위험마진(RM: Risk Margin)이라는 용어를 그대로 쓰면서 어느 점에서 그것과는 다르다는 것만을 서술하였다. RA의 정의를 명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IFRS17 기준서 32절 (a)이행현금흐름(Fulfillment Cash Flow)의 구성요소인 (i), (ii), (iii)를 이해하여야 한다. (i)은 Building Block 1인 ‘미래 현금흐름 추정치’이고, (ii)와 (iii)은 ‘(i) 측정치의 조정금액’이다. 즉, (ii)는 화폐의 시간가치(현금흐름의 특성, 보험계약의 유동성 특성; 기회비용으로서의 할인효과)와 현금흐름 관련 금융위험(단, (i)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면)을 반영한 (i)금액의 조정 순금액이며 (iii)는 비금융위험을 반영한 미래현금흐름 현가 추정치((i)+(ii)금액)의 조정 순금액이다.
한편, RA에 관한 기준서에서의 명시적인 정의는 37절이 유일한데, “기업은 비금융 위험으로부터 파생하는 현금흐름의 금액과 발생 시기의 불확실성을 감내함에 따라 필요로(요구)하는 보상금액(Compensation)을 반영하여 미래현금흐름 현가 추정치를 조정하여야 한다.”라고 적고 있다. 참으로 어렵고 난해하다. 보상이라면 보험료에 위험조정분이 이미 반영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일반회계(GAAP)에서 다룰 내용은 아니다. 또한 보험계약부채에 포함되지만 보험서비스 제공에 따라 이후의 잔여기간에 걸쳐 보험수익으로 인식된다는 점에서도 보상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부록인 적용지침(Application Guideline) B86에서 숫자 예제와 더불어 보충 설명하고 있다.
보험계약의 비금융위험에 대한 RA은 다음 ⑴과 ⑵를 무차별하도록 기업이 요구하는 보상으로 측정한다.
(1) 비금융위험에서 발생하는 가능한 결과의 범위를 지닌 부채의 이행
- 부채금액 50% 확률의 CU90과 50%의 확률의 CU110
(2) 보험계약과 기대 현재가치가 동일한 고정현금흐름을 발생시키는 부채의 이행
- (1)의 확률가중평균과 같은 CU100의 고정확률
미시경제학에서의 무차별 곡선과 유사한 개념으로 (1)과 (2)를 무차별하게 하는 보상금액으로서 RA를 정의한다. 보험자는 당연히 (1)에 해당하며 위험선호자(Risk Lover 또는 Risk Taker)라 할 수 있고(물론 보험사업의 본질적인 측면과는 구별해야 하지만), (2)는 위험기피자(Risk Averser)라고 할 수 있다. (1)과 (2)의 기대값은 동일하다. 금융공학의 예를 들어 옵션(Option)의 가격 책정과 유사한 것으로, 미래현금흐름의 금액과 발생 시기의 불확실성을 정량화(Quantify)한 것이다. 그렇다면 보험계약의 비금융위험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B86에서 비금융위험은 보험위험과 기타의 비금융위험, 예를 들어 실효/해약(Lapse) 혹은 유지(Persistency)위험과 사업비(Expense)위험이 존재한다.
이러한 정의와 원칙에 따라 보험계약 본래의 보상액, 즉 보험금과 최종 지급손해액 현금유출 추정치와 실효, 해약, 해지, 보험금 지급 완료 등 계약유지율에 따른 보험료 현금유입 추정치, 그리고 사업비 현금유출 추정치에 관하여 별도로 계리적 모델링을 하여야 한다.
이어서 B88에서 RA은 추가적으로 기업의 (1)다양화 이익의 정도와 (2)위험 기피 정도를 반영하는 방식에서의 유리한(Favorable) 혹은 불리한(Unfavorable) 결과 둘 다를 반영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다양화 이익의 정도를 반영하기 위하여 위 세가지 비금융위험들의 상호 연관성(상관관계)을 명시적으로 모델링에 포함하여야 점, 그리고 유리한 혹은 불리한 결과를 모두 반영하며 위험기피 정도를 모델링하기 위해서는 해당 각 현금흐름 추정치가 점 추정치(Point Estimate)이 아니라 분포 추정치(Distribution Estimate) 모델이 필요한데, 심지어 Solvency II의 내부모형(Internal Model)에서도 경험해보지 않은 새로운 모델링이다.
그러나 미래현금흐름 추정치는 이 분포 추정치의 확률가중평균이기 때문에 각 현금흐름 분포를 추정하고 그것들의 상관관계를 부여한다면(물론 BB2, 즉 현가 추정 분포로 전환하고 난 후) 모델링 측면이나 실무적으로 별도로 분리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미래현금흐름 자체의 분포를 추정하고, 분포의 시나리오 각각을 시기별로 할인하여 미래현금흐름 현가의 분포를 만들고 나면 신뢰수준법으로 RA를 추정할 수 있다. 이렇게 보험료 현금유입, 보험금/최종손해액 현금유출, 사업비 현금유출 각각의 현가 분포를 추정하고 나면 경험 데이터에서 추정한 상관관계를 적용하여 각 시나리오의 순서를 뒤섞으면 된다. 그런 다음 기준서의 이행현금흐름을 구하는 방식으로 현금유출에서 현금유입을 차감하면 RA를 제외한 이행현금흐름분포가 되는데 여기에 기업이 자체적으로 정한 신뢰수준을 적용하여 최종 RA가 추정되는 것이다.
또 하나의 계리 기술적인 면에서의 도전적 실무과제가 있는데, 적용지침 B91에서 RA를 추정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한이나 제안이 없지만 다음의 다섯가지 특징을 반영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a) 낮은 빈도와 높은 심도를 가진 위험은 높은 빈도와 낮은 심도를 가진 위험보다 비금융위험에 대한 위험조정이 더 클 것이다.
(b) 위험은 비슷하지만, 만기가 긴 계약이 만기가 짧은 계약보다 비금융위험에 대한 위험조정이 더 클 것이다.
(c) 더 넓은 확률분포를 가진 위험은 좁은 분포를 가진 위험보다 비금융위험에 대한 위험조정이 더 클 것이다.
(d) 현행 추정치와 그 추세에 대해 알려진 바가 적을수록 비금융위험에 대한 위험조정은 더 클 것이다.
(e) 최근에 생겨난 경험에서 현금흐름의 금액과 시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감소(증가)한다면 비금융위험에 대한 위험조정은 감소(증가)할 것이다.
(a)의 경우 손해보험과 친숙한 개념이다. 정액보상 중심의 생명보험의 경우는 빈도만 확률변수이지, 심도는 계약 시점에 보험계약자의 선택사항(Option)이기 때문이다. 이 특징이 의미하는 것은 예를 들어 자동차 보험의 경우, 대인 담보와 자기차량손해 담보를 분리해서 모델링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위 특징에 관한 추가적 논의는 다음편에서 이어 가겠다.
< 유종환 법무법인 화현 금융전문위원 / 성균관대 보험계리학과 겸임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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