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구마가이 모리카즈(1880~1977)는 ‘은둔의 화가’였다. 30년간 자신이 가꾼 도쿄 외곽의 작은 정원과 집에서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다. 세상 사람들은 그를 만나러 수없이 찾아왔다. 하지만 구마가이는 늘 바빴다. 연못의 송사리, 숲속의 나뭇잎, 줄 지어가는 개미 떼를 보느라 말이다. 그는 정원에서 관찰한 벌레와 풀, 고양이의 모습 등을 그림으로 남겼다. 90세가 넘어 만년에 그린 그림도 “대체 몇 살짜리 아이가 그린 것이냐”는 질문을 받을 만큼 죽을 때까지 순수한 눈을 간직했다. 구마가이는 아주 사소한 일상과 작은 정원 속에서 자신만의 우주를 만들었다. 끝없이 생동하고, 끝없이 영감을 주는 그런 우주를.
우리는 누구나 ‘모리의 정원’을 꿈꾼다. 마음속에 집 한 채씩을 품고 산다. 물과 빛과 바람이 지나는 집, 언제든 문을 열면 포근한 흙과 푹신한 잔디를 밟을 수 있는 작은 정원이 있는 집, 보잘것없어도 내 손으로 직접 지은 나의 집…. 하지만 도시와 타협하며 살던 이들은 어느 날 문득 깨닫는다. 나도 모르게 소중한 꿈들을 길가에 내버리고 왔다는 사실을.
오래 머물고 싶은 마음과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뒤섞인 우리에게, 자연을 사랑하지만 문명을 떠날 준비는 아직 안 된 도시인들에게, 작은 우주를 선물하는 곳들이 있다. 유럽 카나리 제도의 한 섬에는 257㎞의 해안선을 따라 150개에 달하는 해변에 바닷가 별장이 즐비하다. 남쪽 나라 멕시코엔 20세기 초부터 미국 부유층과 유명인들이 몰려든 아카풀코 별장 단지가 있다. 가까이 일본에는 울창한 숲과 온천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가루이자와 별장 단지와 하코네 온천타운이 존재한다.
국내에 이들과 견줄 만한 곳이 있다면 설악산과 동해를 품은 쉼의 정원 ‘설해원’이다. 설해원은 양양의 지형과 조망을 최대한 살린 자연주의 건축으로 리조트형 럭셔리 별장을 표방하고 있다. 3만3000㎡(1만 평) 부지에 177개의 객실만 지어놓더니 13만2000㎡(4만 평)의 땅에는 74채만 짓겠다고 한다. 아파트로 치면 3500가구가 들어설 수 있는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19억년 전부터 양양의 땅속 깊은 곳에 흐르던 온천수가 객실로 직접 공급되고 뜰 앞의 수영장을 채운다.
330만㎡(100만 평)의 대단지 설해원은 가장 조망이 좋은 곳에 단독주택 단지 ‘설해별담’도 건설 중이다. 이곳에도 50채만 짓는다.
양양=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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