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호 태풍 ‘힌남노’로 침수 피해를 본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공장 정상화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전기시설 복구에 가정용 드라이기까지 동원하는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짜내 복구작업 속도를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있다.
15일 포스코에 따르면 포항제철소 에너지부 전력계통섹션 직원 34명은 정전으로 가동이 중단된 공장의 전력 복원을 위해 밤샘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에너지부 전력계통섹션은 포항제철소의 심장 같은 부서다. 24시간 가동되는 제철소에 전력을 공급하고 끊어지지 않게 유지하는 게 핵심 업무다. 침수에 취약한 수전변전소 복구를 위해 직원들이 짜낸 아이디어는 가정용 헤어드라이어다. 공장 주변과 직원 숙소 등을 수소문해 공수한 수십 대의 드라이어는 5~10cm 크기의 작은 전기 패널을 빠르게 말리는 데 한몫을 톡톡히 했다.
작업에는 비상 발전기까지 동원됐다. 제철소 관계자는 “전기 설비와 패널이 온통 진흙으로 범벅돼 있어 온전한 전기 콘센트가 없었다”며 “고압수를 분사한 뒤 가정용 드라이기를 써서 건조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1주일을 넘긴 밤샘 복구 작업에는 하루 평균 8000여 명이 투입됐다. 수백㎞ 떨어진 광양제철소의 직원, 포스코 그룹사, 협력사 임직원은 물론 전국 50여 개 민·관·군 자원봉사자들이 도움의 손길을 보탰다.
김일호 광양제철소 계장(41)은 “은퇴한 선배들까지 포항제철소 복구를 위해 연휴를 반납하고 달려와줬다”고 했다.
한편 포항제철소는 지난 14일 제철소 내 고로 3기와 파이넥스 2기를 정상 가동하고 철강반제품(슬래브) 생산을 재개한다고 공시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직원들의 아이디어와 헌신 덕분에 불가능해 보였던 복구 골든타임을 지킬 수 있었다”고 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