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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보험사에 '탄소산업' 꼬리표 붙을 수도…'금융 배출량' 측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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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은행이나 보험사도 '내가 투자한 회사가 탄소를 얼마나 배출하는지'를 따로 공시해야 합니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초대 위원으로 위촉된 백태영 성균관대 경영학과 교수는 13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서울 대한상의회관에서 개최한 '제2차 업종별 ESG 워킹그룹 회의'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ESG 워킹그룹은 대한상의가 지난 4월 국내 20대 그룹과 주요 금융지주사를 중심으로 출범시킨 ESG 아젠다그룹을 업종별로 분류해 같은 업계 사람들끼리 정보를 교환하고 네트워킹을 할 수 있도록 만든 실무 협의체다. 이날은 은행과 금융투자업종 분야 관계자들이 모였다.

백 교수는 "금융권 중 은행과 보험사를 '탄소 산업'으로 분류하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ISSB에서 금융배출량 측정 및 공시 이슈가 부각되는 만큼, 업계와 금융당국이 글로벌 ESG 규범에 대한 모니터링과 기후금융 관련 가이드라인을 세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의에 참석한 최순영 한국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환경과 기후 변화가 금융시스템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각국 중앙은행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116개국 중앙은행과 금융감독기구가 회원으로 가입한 녹색금융 협의체(Network for Greening the Financial System NGFS)가 제공하는 기후변화 영향 분석자료인 '기후 시나리오(Climate Scenario)'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진행된 자유토론에서 참석자들은 '금융 배출량(Financed Emission)', '이중 중대성 평가(Double Materiality Test)' 등에 관해 논의하고 기후리스크에 대응하는 ESG 금융의 관리 감독 방안에 관해 논의했다.

특히 ISSB가 ESG 공시 초안에서 정의하는 탄소배출량 공시 기준 중에서 가장 넓은 개념인 'Scope 3'에 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됐다. Scope 3에서는 제품이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 외에 해당 기업과 거래하는 공급망 내 모든 협력업체에서 발생한 탄소, 물류 과정과 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모두 포함하여 계산한다. Scope 1은 제품이 생산되는 단계에서 발생하는 직접 배출량만 계산하고, Scope 2는 사업장에서 사용되는 전기와 동력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간접 배출량까지 포함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Scope 3로 계산한 금융배출량으로 투자자산 포트폴리오를 평가할 경우, 금융기관들이 져야 하는 부담은 작지 않다. 금융권은 거래 상대방의 Scope 1이나 Scope 2 수준에서 탄소 배출량을 집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또 포트폴리오 기업들이 제출한 온실가스 데이터를 어떻게 신뢰할 것인지, 동종 업계 간에 비교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점이 지적됐다.

저탄소 기업에 투자를 유도하는 '기후 금융'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며, 우수한 실천기업에 대한 보상 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대한상의는 이날 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금융권의 ESG 경영 키워드 세 가지로 '기후금융', '핀테크', '사회책임투자채권(SRI)'을 꼽았다. 기후금융은 유럽 내의 모든 금융사에 ESG 공시가 의무화된 것 등 금융사가 기후 문제를 더 이상 '남의 일'로 여길 수 없다는 점에서 선택됐다. 핀테크는 은행이 대출 과정에서 기후변화 재무정보공개 전담협의체(TCFD) 논의 내용을 반영해야 하고, 인공지능(AI)을 통한 ESG 리스크 분석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중요한 쟁점으로 지목됐다. 또 사회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역할(S)이 강력하게 요구된다는 점에서 사회책임투자 채권 등이 향후 ESG 경영의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종합했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내년부터 독일 공급망실사법, ISSB공시기준 등 글로벌 ESG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있어 국내 기업들이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최근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ESG금융이 활발한데 상의도 금융권과 손잡고 지속가능성연계대출 등 인센티브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라고 강조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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