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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美서 '싼타페 하이브리드'부터 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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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에서 생산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완성차 및 배터리 업체의 각자도생이 빨라지고 있다. IRA라는 ‘대형 악재’를 누가 먼저 극복하느냐에 따라 미래 성장 능력이 확 갈릴 수 있어서다.

현대자동차는 미국에서 하이브리드카부터 먼저 생산해 전기차 판매 부진 우려를 상쇄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완성차 업체들은 북미산 배터리 원자재 ‘입도선매’에도 나선 모습이다.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아예 북미 대신 유럽에 공장을 신설하며 시장 수성에 나섰다.

하이브리드카로 판매 우려 상쇄
13일 외신에 따르면 현대차는 미국 앨라배마공장에서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싼타페 하이브리드를 이르면 이달부터 본격 생산할 계획이다. 당초 일정보다 조금 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에서 생산한 전기차에만 대당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보조금(세액공제)을 주는 IRA 시행으로 전기차 판매가 줄어들 것을 감안해서다.

하이브리드카는 보조금 대상은 아니지만 판매량은 전기차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지난달 현대차·기아의 미국 친환경차 판매량(1만4903대) 중 72.5%(1만807대)가 하이브리드카였다.

현대차·기아는 하이브리드카를 내세워 지난달 12%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미국 시장 점유율을 더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전환을 위한 과도기가 길어지면서 하이브리드카는 2026년 글로벌 판매량의 10.6%를 차지할 전망”이라며 “중·단기 수익성은 하이브리드카 판매에서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GV70 전기차는 앨라배마공장에서 12월부터 생산할 예정이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현지 생산하더라도 미국산 배터리가 장착되지 않으면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현대차는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 배터리 합작공장 신설을 논의 중이다. 다만 완공까지 3년가량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배터리 공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북미에서 다른 완성차 업체들의 ‘구애’도 받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은 미 애리조나 독자공장 건설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그동안 투자에 신중했던 일본 기업들도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도요타는 최근 미국 배터리 공장 건설에 3250억엔(약 3조14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조용한 거인’으로 불리는 파나소닉은 40억달러를 들여 미국에 세 번째 배터리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현지산 원자재 확보에도 ‘총력’
내년부터는 북미산 배터리 원자재를 일정 비율 이상 조달해야 하는 규제도 도입된다. 테슬라는 텍사스주에 리튬 정제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주정부 승인을 받으면 4분기에 착공해 2024년 가동할 계획이다. 중국이 장악한 정제 사업의 주도권을 가져오겠다는 복안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최근 캐나다 광산업체인 록테크리튬과 연 1만t의 리튬을 구매하는 계약을 맺었다. 완성차 기업이 자금력을 바탕으로 원자재를 대량 구매해 배터리 업체에 제공하는 구조다. 광산업체는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하고, 완성차 업체는 IRA에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북미 대신 유럽 시장을 먼저 공략하기로 했다. 북미에 공장을 짓더라도 또 다른 규제를 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에서다.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1위인 CATL은 당초 멕시코 등에 공장을 짓기로 했으나 계획을 미루고 헝가리에 연 100GWh 규모 공장을 신설할 계획이다. 중국 에스볼트는 최근 독일 베를린에 연 16GWh 배터리 공장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김형규/김일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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