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는 어떤 음악인가요? 사람들한테 어떻게 설명하면 될까요?”
1976년 제18회 그래미상 시상식. 무대에 오른 재즈 가수 멜 토메는 옆에 선 동료 가수 엘라 피츠제럴드에게 이렇게 묻는다. 잠깐 고민하던 피츠제럴드가 내놓은 답은 장황한 설명이 아닌 “샵밥두비두밥~”으로 시작하는 ‘스캣’(재즈의 즉흥 창법)이었다. 토메가 여기에 화답하는 스캣을 뿜어내자 뒤에 있던 밴드의 반주가 시작된다. 그렇게 2분 동안 재즈의 가장 큰 매력이자 특징으로 꼽히는 즉흥 연주가 이어졌다.
한 가수가 언제나 함께하는 밴드와 맨날 하던 음악을 연주하면 우리가 아는 그 음악이 나온다. 재즈는 다르다. 똑같은 가수가 똑같은 밴드와 똑같은 음악을 연주해도 언제, 어느 무대에서 만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음악이 된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그 자리에서 만드는 ‘즉흥 연주’가 재즈 연주의 핵심이어서다.
재즈 음악인들은 어떤 구성과 편곡으로 연주할지만 미리 정하고, 곡은 즉흥 연주 파트인 ‘솔로’로 채운다. 재즈 클럽에서 연주자들이 악보 한 장만 놓고 한 시간 넘게 연주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재즈 악보는 곡의 멜로디와 코드만 간단하게 적힌 ‘리드 시트’ 형태가 대부분이다.
즉흥성은 재즈가 태어날 때부터 안고 있었던 본질적인 특성이다. 전문가들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해군기지가 있었던 미국 뉴올리언스 유흥가에 모여든 군악대 출신 흑인 밴드들을 ‘재즈의 어머니’로 꼽는다. 이들은 체계적인 음악 교육을 받지 못했다. 그러니 형식을 지킬 이유가 없었다. 분위기에 맞게 즉흥 연주하는 이들에게 사람들은 박수를 보냈다.
재즈의 즉흥성은 ‘잼’과 ‘스캣’으로 표현된다. 잼은 재즈 연주자들끼리 모여 악보 없이 즉흥적으로 연주를 주고받는 일종의 놀이를 말한다. 연주자가 자신의 실력을 뽐낼 기회이기도 하다. 재즈 클럽에선 잼으로만 공연을 열기도 한다. 스캣은 아무 뜻 없는 소리로 멜로디에 맞춰 흥얼거리는 재즈 창법이다. ‘재즈의 거장’ 루이 암스트롱이 목소리로 트럼펫 소리를 흉내 내면서 유행했다. 가수의 목소리가 마치 하나의 악기처럼 다른 악기들과 어우러지는 게 스캣의 매력이다.
재즈 공연의 성패는 관객과의 호흡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즈 공연은 클래식 공연처럼 점잖게 체면을 차리지 않아도 된다. 느끼는 그대로 박수도 치고, 환호해도 된다. 관객들이 내던지는 그 소리가 공연의 일부가 된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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