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연휴가 시작됐습니다. 코로나19가 극심했던 지난 2년간, 명절에도 가족끼리 얼굴을 보지 못하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았을 듯합니다. 올 추석에는 모임 인원 등의 제한이 사라지며 다시 가족 간 모임이 살아날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로 인해 '명절 스트레스'도 다시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옵니다.
오랜만에 모인 만큼, 갈등이 생길까 걱정되는 마음인데요. 가족 갈등이 작은 문제는 아닙니다. 특히 명절때 가족끼리 갈등이 격해져 법원까지 오게 된 사례들도 있습니다.
가족끼리 단체 싸움나면…쌍방 처벌받는다
노모를 모시고 살던 A씨 부부가 있었습니다. 지난해 설을 맞아 A씨에 집에 A씨의 누나와 조카 등 가족들이 모이게 됐죠. 이때 노모는 다른 가족들에게 A씨 부부에 대해 "밥도 안 해주고, 욕은 기본이고, 며느리가 팔을 잡아당겼는데, 팔이 너무 아팠다"며 "전기불도 안달아 줘서 암흑에서 살았다. 도와달라"라고 흉을 봤습니다.
이에 시어머니를 모시던 A씨의 아내는 "어머님 그렇게 얘기하면 안된다"며 A씨의 누나에게도 "고모도 어머님과 같이 살아 성격알지 않냐"고 말하며 노부모 봉양 문제에 대해 가족 간의 말다툼이 일어났습니다.
A씨의 조카 중 한명은 이때 A씨 부부에게"노부모 봉양을 잘하지 못하는거 아니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이에 화가난 A씨 아내는 자신의 조카의 머리채를 잡아당기는 행위를 했습니다. A씨 역시 분을 이기지 못해 주먹으로 조카의 좌측 뺨을 1회 때립니다.
A씨의 누나도 싸움을 말리려고 끼어들었지만, A씨는 싸움을 말리던 누나마져도 밀쳐 넘어뜨렸습니다. 조카는 이번 싸움으로 경추염좌, 다발성 좌상 등 전치 2주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서를 받게 됩니다.
결국 A씨 부부와 다른 가족들은 서로를 고소하기에 이릅니다. A씨 부부는 공동으로 조카를 폭행하고 상해를 입혔기 때문에 '공동상해죄'로 각 벌금 100만원의 판결을 받습니다. 하지만 조카 역시 A씨 부부와 몸싸움을 하던 중 A씨에게 상해를 입히고, A씨의 아내에게 폭행을 한 죄로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습니다.
"시댁가기 싫어" 호소에…칼까지 들고 위협한 남편
명절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아내들을 폭행한 남편들도 있습니다. 경기도 안산에 사는 B씨는 결혼한지 4개월 후 추석을 맞아 집에서 남편에게 "명절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호소했습니다. 그러나 남편은 이 말을 듣고 화가나 B씨를 침대에서 약 5초간 목을 졸라 폭행하기도 했습니다. B씨의 남편은 폭행죄뿐만 아니라 재물손괴죄 등으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습니다. 경남 하동군에 사는 C씨는 아내가 부모님 댁을 방문하지 않겠다고 하자 부엌에서 과도를 가지고 와 '울면 죽여버리겠다'며 아내를 협박했습니다. 결국 C씨는 가정폭력으로 기소됐습니다. C씨는 법정에서도 범죄 사실을 부정하는 행위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법원은 아내와 합의했다는 이유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했습니다.
가정폭력은 이처럼 특수협박을 넘어 극단적인 경우 살인까지 갈 수 있는 범죄입니다. 최근 강도·살인 등 일반 강력 사건 수는 줄어드는 반면 스토킹·성폭력·가정폭력 등이 새로운 강력범죄 유형으로 떠오르고 있죠. 경찰도 이에 절도범 수사를 담당하던 생활범죄 수사팀을 해체하고 인원 재배치를 통해 전국 여성·청소년 강력팀에 222명, 스토킹 전담 경찰관 150명, 피해자 보호 경찰관 70명을 증원하기도 했죠.
법원의 판단도 여기에 발맞출 필요가 있습니다. 피해자들은 가족을 유지하기 위해 혹은 피의자에 대한 측은지심 등에 '피해자 처벌 불원'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정폭력 범죄에서 벌금형이나 집행유예형이 많이 나오는 이유기도 합니다.
재판부 역시 단순히 가정의 유지만을 생각한 양형이 아닌, 피해자의 아픔과 고통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판결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