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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참담한 모습 30년 만에 처음"…포항제철소 초유의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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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참담한 모습은 입사한 지 30년 만에 처음 봅니다.”

7일 태풍 ‘힌남노’가 휩쓸고 지나간 포스코 포항제철소를 바라보는 직원들 표정은 어두웠다. 축구장 1245개 면적의 포항제철소 곳곳이 물에 잠겼다. 제철소 깊숙이 자리 잡은 일부 공장은 여전히 무릎에서 허리 높이까지 물이 들어찼다. 제철소 정문 앞 6차선 도로는 버려진 승용차로 아수라장이 됐다. 제철소 입구 마다 침수 복구를 위한 소방차가 쉴새 없이 드나들었다.

침수 피해로 한국을 대표하는 산업시설인 포항제철소 고로(용광로) 3기의 가동도 한꺼번에 멈췄다. 고로 가동이 모두 중단된 것은 포스코가 쇳물을 처음 뽑아낸 1973년 이후 처음이다. 연간 매출 20조원에 달하는 제철소 가동이 멈추면서 한국 산업계도 ‘초비상’에 걸렸다.
복구·재가동 시점 가늠 어려워
포스코는 7일 포항제철소 전 공정의 생산을 중단한다고 공시했다. 포항제철소의 4개의 고로 가운데 노후화로 폐쇄한 1고로를 제외한 2·3·4고로는 물론 열연·강재·스테인리스 등 모든 공장이 멈췄다. 연간 1500만t의 철강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이 가동을 멈춘 것이다. 포항제철소의 지난해 매출은 18조4947억원에 달했다.

태풍의 집중호우로 1층에 자리한 열연 냉연 선재 공장이 물에 잠겼다. 곳곳의 공장 지하 설비는 모두 침수됐다. 내부에서는 전화는 물론 인터넷도 연결되지 않았다. 침수 피해 복구에 나선 직원들은 대낮에도 손전등을 들고 다니며 작업에 나섰다. 포스코 본사도 지하 2층까지 물이 가득 차 양수기 3대를 동원해 직원들이 물을 빼냈다. 이번 침수 피해로 포항 신고리1호기 원자력 발전소도 가동이 멈췄다. 이 발전소가 재가동 될 때까지 단전 사태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포스코는 이들 공장이 침수되면서 여기에 보낼 쇳물을 생산하는 고로 3기에 대해서도 휴풍을 결정했다. 휴풍은 정기적인 점검을 위해 고로에 열풍을 불어넣는 것을 잠시 중단하는 것으로, 가동 중단을 의미한다.

공장 복구·재가동 시점은 물론 피해액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포스코는 고로를 5~10일 내에 재가동할 계획이다. 고로 재가동 직후 생산한 쇳물은 포스코 광양제철소 등으로 보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복구 시점이 길게는 2주가 넘어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제철소 직원은 “물을 빼는 데만 3~4일에 복구작업까지 더 하면 1~2주 정도 걸릴 것”이라며 “전기 시설은 전부 교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철소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작게는 수백억 많게는 수천억원가량의 매출이 증발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고로 가동에 필요한 철광석, 석탄 등 주원료도 일부 침수되면서 입은 피해액도 상당하다.
조선용 후판 가격 뛰나
포스코는 이날 김학동 부회장을 단장으로 관련 임원들이 포함된‘태풍재해복구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복구 작업에 착수했다. .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도 전날 포항제철소를 찾아 침수지역, 2열연공장, 변전소 등 피해 현장과 직원들을 살피고 현장에서 비상대책회의를 열었다. 최 회장은 “임직원들이 힘을 모아 최대한 안전하고 신속하게 피해를 복구하겠다”며 “조업을 정상화해 국가와 지역 경제에 영향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제철소 가동 중단으로 산업계 피해도 커질 전망이다. 제철소 창고가 물에 잠기면서 보관된 일부 제품은 스크랩해야 하는 상황이다. 조선용 후판(선박에 쓰이는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과 포항제철소에서만 생산하는 스테인리스 제품 수급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후판은 몇 달 치 재고를 축적해 놓은 상황이지만 포항제철소 수급이 끊기면 가격이 뜀박질하는 등 적잖은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포항제철소 침수로 포스코그룹 계열사들 주가도 나란히 내렸다. POSCO홀딩스는 전 거래일보다 2.57% 내린 24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포스코스틸리온(-4.11%), 포스코엠텍(-4.21%), 포스코인터내셔널(-2.24%) 등 그룹 계열사들도 동반 하락했다.

김익환/포항=권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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