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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프 매달려 13시간 버틴 생존자…"아이들 생각에 포기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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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호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침수된 경북 포항 남구 인덕동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6일 오전 차를 빼러 갔다가 실종된 주민 7명 가운데 여성 1명과 남성 1명 등 2명이 극적으로 구조됐다. 실종 신고가 들어온 지 13시간여 만이다.

구조팀은 그러나 추가 수색 끝에 여성 2명, 남성 1명을 심정지 상태에서 발견했다. 구조팀은 나머지 2명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수색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생존자 전모씨(39)는 지하주차장 에어포켓에서 숨을 쉬며 버티다 구조대의 전등 빛을 보고 헤엄쳐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북소방본부는 “배수 작업을 하던 중 오후 8시15분께 사고가 발생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오수관을 붙잡고 있는 전씨를 발견해 구조했다”고 밝혔다. 구조 직후 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조치를 받은 전씨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전씨는 병원으로 가는 119구급차 안에서 아내에게 “아이들 생각으로 버틸 수 있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는 지하주차장에 갔으나, 바닥에 들어찬 물 때문에 자동차 문을 열 수 없게 되자 옷을 벗고 에어포켓으로 추정되는 공간으로 헤엄쳐간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 구조 직후 약 30분 뒤엔 여성 김모씨(51)가 구조됐다. 여성 생존자 역시 건강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파악됐다. 구조대 관계자는 “생존 여성이 지하주차장 상부에 있는 배관 위에 올라타 엎드려 있었다”며 “대원을 대거 투입해 수색하다가 생존 여성을 찾았다”고 말했다.

전씨 등 7명은 이날 오전 6시30분께 “지하주차장이 침수되고 있으니 긴급하게 차를 빼달라”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안내방송을 듣고 주차장으로 내려갔다가 눈 깜짝할 사이에 밀려든 빗물에 갇혔다. 지역 하천 ‘냉천’과 가까운 곳에 있는 이 아파트 지하주차장은 ‘ㄷ’자 형태로 연결돼 있어 많은 주민이 한 번에 주차장에 몰릴 경우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는 게 현장 구조대의 설명이다.

생존자 구조 소식을 보고받은 윤석열 대통령은 “어려운 수색 여건이지만 실종자가 내 가족이라는 생각으로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수색 및 구조에 최선을 다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포항에는 시간당 최대 100㎜가 넘는 비와 최대 풍속 초속 25m의 바람이 불어닥쳐 전국에서 가장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포항시 오천읍 아파트에서도 차를 빼러 나갔던 60대 여성이 실종 6시간 만에 사망한 채로 발견됐고, 남구 오천읍 도로에서는 또 다른 여성 A씨(75)가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됐다. 해병대 1사단은 이날 오전 한국형 상륙돌격장갑차(KAAV) 2대와 고무보트(IBS) 13대를 투입해 구조활동을 펼쳤다. 모두 27명이 해병대의 구조활동으로 목숨을 건졌다.

힌남노 피해는 포항을 비롯한 울산, 경주 등 남부지역에 집중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경주에서도 80대 여성 1명이 집안으로 밀려든 토사에 매몰돼 숨졌고, 범람 우려로 이조리 주민 등 2400여 명이 대피했다. 울산에서는 20대 남성 1명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경기도에서는 간판이 떨어져 1명이 부상당했다. 이날 전국 인명 피해(오후 11시 현재)는 사망 6명, 실종 3명, 부상 1명으로 집계됐다.

권용훈/이광식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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