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토니아 출신 아르보 페르트(87·사진)는 요즘 음악회장에서 가장 많이 연주되는 현대음악 작곡가다. ‘거울 속의 거울’ 등 그의 작품들은 영화와 드라마, 발레 등의 배경음악으로도 널리 쓰인다.
이달 초 열린 ‘발트 3국’ 출신 두 거장의 내한 공연에서도 페르트의 작품이 첫 곡으로 연주됐다. 라트비아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75)는 실내악단 크레메라타 발티카와 ‘프라트레스’를 들려줬다. 에스토니아 마에스트로 파보 예르비(60)는 에스토니아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함께 ‘벤저민 브리튼을 추모하는 성가’를 청중에게 선사했다.
페르트가 1977년 발표한 프라트레스는 ‘영적 미니멀리즘’이라고 불리는 작곡가 특유의 음악 스타일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작품 제목은 라틴어로 ‘형제들’을 의미한다. 페르트는 이 작품을 여러 종류의 악기 조합으로 편곡했는데, 이 중 타악을 동반한 현악 오케스트라 버전이 자주 연주된다.
약 10분 동안 엄숙하고 경건하면서도 묘한 긴장감이 흐르는 음악이 시종일관 지속된다. 10도 간격으로 나란히 흐르는 고음과 저음의 느릿한 6마디 주제 선율이 타악의 리드에 맞춰 반복된다. 후반부에 두 성부(聲部) 사이로 중간 성부가 가세해 모호하고 신비로운 화성을 빚어내다가 고요하게 마무리된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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