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를 스쳐 간 6일 경북 포항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침수돼 차를 빼러 간 주민 7명이 한꺼번에 실종되는 등 태풍 피해가 속출했다. 전국 피해는 사망 3명, 실종 7명, 부상 1명(이상 오후 8시20분 현재)으로 집계됐다. 포항에서는 시간당 최대 100㎜가 넘는 비와 최대 풍속 초속 25m의 바람이 불면서 전국에서 가장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이날 오전 포항시 남구 인덕동의 한 아파트에서는 폭우로 지하주차장이 모두 물에 잠기면서 주민 7명이 실종됐다. 주민들에 따르면 이들은 오전 6시30분께 “지하주차장이 침수되고 있으니 긴급하게 차를 빼달라”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안내방송을 듣고 출차를 위해 주차장으로 내려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주민은 “남편이 세 번째 방송을 듣고 나갔는데 소식이 끊겼다”고 했다. 한 남성은 아들이 지하주차장에 갔다가 돌아오지 않자 신고한 뒤 주차장으로 찾으러 갔다가 돌아오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아파트 1·2단지 지하주차장은 ‘ㄷ’자 형태로 연결된 구조 탓에 많은 주민이 한 번에 주차장에 몰리면서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란 설명이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물을 뺀 뒤 실종자 수색 작업에 나설 방침이다.
포항시 오천읍 아파트에서도 차를 빼러 나갔던 60대 여성이 실종 6시간 만에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포항남부소방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57분께 남구 오천읍 도로에서 A씨(75)가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됐다. 해병대 1사단은 이날 오전 한국형 상륙돌격장갑차(KAAV) 2대와 고무보트(IBS) 3대를 투입해 구조활동을 펼쳤다. 모두 27명이 해병대의 구조활동으로 목숨을 건졌다.
포항제철소 일부 생산시설도 침수 피해를 봤다. 포스코는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기록적 폭우와 인근 하천인 냉천의 범람으로 포항제철소 상당 지역이 침수됐다”며 “현재 생산과 출하 등 공장 가동이 일시 중단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제철소는 열연, 냉연, 압연 공장용 쇳물을 생산하는 고로(용광로) 가동을 멈추고 점검을 위해 휴풍을 한 상태다. 휴풍은 고로에 열풍을 불어넣는 것을 잠시 중단하는 조치다. 고로는 침수되지 않았지만 전 공정 작업장 침수로 주요 생산작업이 덩달아 멈춰선 셈이다. 철강제품 출하 중단으로 포스코는 하루 수백억원가량의 매출 손실을 보게 될 전망이다. 포스코는 침수된 공장 재가동과 복원을 조속히 추진할 방침이다. 이날 포항제철소에는 2열연공장 전기실 1개 동이 불에 타는 등 화재도 발생했다.
힌남노 피해는 남부지역에 집중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경북 경주에서도 80대 여성 1명이 집안으로 밀려든 토사에 매몰돼 숨졌고, 오전 6시3분께 내남면 이조리 범람으로 이조1리와 2리 주민 583명이 긴급 대피했다. 같은 시간 건천읍 송선 저수지가 범람할 우려가 있어 하류 건천천 인근 주민 900가구 1800여 명이 대피했다. 울산에서는 20대 남성 1명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고, 경기도에서는 간판이 떨어져 1명이 부상당했다. 이날 전국적으로 2900여 명이 침수를 피해 대피했다. 추석 명절을 위해 출하 준비가 한창이던 농경지 3815㏊가 침수, 유실 등의 피해를 봤다. 정전과 누전 등으로도 총 9만6347가구가 불편을 겪었다.
이광식/권용훈/김익환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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