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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에게 담보도 없이 1억 빌려주는 토스뱅크…이게 가능해? [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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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개인사업자는 직장인보다 돈을 빌리기가 쉽지 않다. '자영업자는 언제 망할지 모른다'는 인식이 금융권 전반에 깔려있어서다. 담보가 있어야 하고, 없다면 최소한 보증서가 있어야 대출이 나온다. 보증서마저도 없으면 한도는 기껏해야 1000만~2000만원. 개인 신용점수가 낮으면 다시 뒤로 밀린다. 돈을 빌리고 싶은 기업이나 직장인도 많은데 굳이 나서 개인사업자에게까지 대출을 내줄 금융사는 없다.

그런 개인사업자 대출도 올해부턴 경쟁이 붙기 시작했다. 신생 인터넷은행인 토스뱅크가 개인사업자 대출의 선두주자다. 토스뱅크는 처음부터 보증서나 담보 없이 개인사업자에게 신용대출을 내줬다. 토스뱅크의 개인사업자대출인 '사장님대출'은 6일 기준 최저 연 4.87% 금리로 최대 1억원까지 빌려주는 대출상품이다. 최대 5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는 마이너스통장도 있다. 연 소득 500만원 이상, 최근 6개월 이상 매출내역만 있어도 대출이 가능해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기본 3년 이상의 데이터가 쌓여야 부도율 관리가 가능하다는 게 기존 금융권의 시각이기 때문이다.

그런 우려에도 사장님대출의 대출약정 금액은 연초 출시한지 9개월만에 1조원을 넘어섰다. 토스뱅크의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은 지난 6월말 36.3%에 달한다.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되면서 금융권으로부터 외면받은 개인사업자에게 대출을 집중한 성과다. 정희원 토스뱅크 기업여신본부 PO와 만나 사장님대출을 출시하게 된 비하인드스토리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은행들, '폐업률'만 보다가 놓치는 것 많아"
토스뱅크에서 개인사업자 대출을 맡게 되신 계기가 있나요.
제가 이번이 네 번째 은행입니다. 은행에서는 여신기획부에서 일도 하고, 개인사업자 심사도 맡았어요. 그 때부터 무조건 비대면 금융에 도전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왜냐하면 개인과 개인 사업자는 사실 별 차이가 없는 부분이 있는데도, 심사역이 많이 개입하고 상품도 복잡하니까요. 직원들도 상담하기 어려워요. 직원들의 손을 많이 타다보니 심사가 지연되는 이유도 있고, 잘못 심사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사실 데이터만 명확히 있으면 자동심사로 가능한 부분이 있다고 봤어요. 결국은 비대면화를 해야 된다는 생각은 그 때부터 있었던 거죠.


보통 사업자 대출이라고 하면 담보나 보증서가 필요한 것 같은데 토스뱅크가 신용대출로 내놓은 이유는 뭔가요.
왜 개인 사업자에 대해선 순수 신용대출을 못하지라는 의문이 항상 있었어요. '개인 사업자는 항상 위험해'라는 게 은행이 사업자를 보는 기본 마인드에요. 과거 데이터상으로 개인사업자는 폐업률이 높으니까요. 그래서 무조건 담보있는 사람 위주로 먼저 대출을 해줘요. 담보를 무조건 끼우는 조건으로 대출을 내주면 이 사업자가 신용으로 빌릴 수 있는 게 얼마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시중은행이 사실 개인사업자 신용평가를 제대로 하고 있다고 볼 수가 없어요. 담보 없으면 최대 1000만~2000만원 대출 승인하는 관행 같은 게 있거든요. 그런 부분이 사실 조금 비합리적이라는 생각을 좀 했었습니다.

보증서 대출은 하나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요. 사실 임대차 계약이 사실 심사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 아닌데도 네 요구하는 서류가 굉장히 많아요. 심사도 보증기관 심사역이 꼭 해야하는 거에요. 근데 신용대출은 55초면 심사결과 나오니까 순수하게 신용대출부터 해보자고 했습니다. 완전 자동화 심사를 금융권에서 최초로 해보자는 생각이었어요. 시장에 한번 화두를 던져보자는 의지가 조금 더 컸던 거죠.


어떤 사업자들을 은행들이 놓치고 있는 걸까요.
정상적으로 사업 하시는데 겉보기에 영세해 보이는 사업장들이 많이 있어요. 사업자대출은 '위험하다, 안 위험하다'의 판단 기준이 약간 주관적이거든요. 은행에서는 기본으로 사업자의 개인 신용등급 1~2등급이어야하고, 지금 버는 소득이 언제 사라질지 모르니까 신청금액보다 대출이 훨씬 적게 나가야한다는 원칙 같은 게 있었어요.

은행 심사역의 판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게 부도율이거든요. 경험적으로 그걸 판단하는 측면도 있고요. 대출을 연장할 땐 이슈가 없는데도 부분상환하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본인이 승인한 대출이 부실나는 게 두려운 거에요. 그래서 깐깐하게 하지 않아도 될 법한 사람들까지 불필요한 형식이 너무 많아진 측면이 있습니다. 소득 같은 경우도 일반 급여 소득자들은 물론 소득이 일정하긴 하지만 그분들도 요새는 많이 퇴사하잖아요. 그럼에도 개인사업자는 정형화되지 않은 형태의 제약이 많았던 거예요.


굳이 제약을 주지 않아도 되는 사업자라면 어떤 유형이 있을까요.
일단 창업한 지 얼마 안 된 사업자들이에요. 창업한 지 6개월에서 1년 정도 된 사업자들이 '장사 좀 잘 될 것 같아'서 추가로 요청하는 케이스들입니다. 은행은 '1년만으로도 위험하다, 3년은 해야 이 사람이 자리잡았구나'라고 인정해주거든요. 3년 안 된 경우는 보증서 대출 정도 연결이 가능하죠. 자체 신용으로는 잘 안 해주고요. 솔직히 언제 폐업할지 모르니까요. 토뱅은 6개월~1년 안에도 가능해요. 매출만 계속 발생하고 있으면요.



일반 은행에서도 잘할 수 있는 것들 아닐까요.
은행은 연체율 관리가 잘 되는 신용평가시스템이 너무 구축이 잘 돼 있어요. 그 모델의 정확성은 이미 오랫동안 증명이 된 거에요. 연체율에 초점이 맞춰져있다보니 조금만 올라가도 난리가 나거든요. 거기에서 위험하게 보이는 사업자를 적극적으로 어필하기가 쉽지 않아요. 심사는 심사역 고유의 권한, 신용평가는 리스크관리팀 고유의 권한이어서 다른 팀에서 푸시를 하기도 어렵죠.

토스뱅크는 처음 모델링 할 때부터 대안 평가에 대한 요소를 넣어보자고 했어요. 출발선부터 접근방식이 달랐던 거에요. 사업자대출을 무조건 위험하게만 보지 말고 한번 트라이해보자는 의견을 제시하기가 편해요. 토스뱅크도 연체율 관리를 당연히 하지만 최우선 목표는 신용을 제대로 평가해보자는 거죠. 초기부터 연체율에 올인하면 대출 다 거절해요. 테스트를 리얼하게 하고 있다고 보시면 돼요. 다른 데서는 감히 시도를 못 해볼 환경이기는 하거든요.

토스뱅크에 온 직원들 공통으로 의사결정 구조와 개발의 속도, 이 두 가지를 이직 사유로 들어라고요. 본인이 얘기를 해도 잘 안 들어주니까 답답한 거죠. 젊은 직원들은 사실 하고 싶은 게 많이 있었을텐데 얘기하기 쉽지 않은 문제거든요.


예를 들면요.
'어디랑 제휴를 했는데 상품 하나 만들어 봐'라고 하시면 만드는 거죠. 그 상품은 출시만 하고 끝나요. '그 상품은 어떻게 하셨어요'라고 여쭤보면 운영팀에서 한다고 하시죠. 출시 이후에 고객이 얼마나 인입됐는지 체크가 안 되는 거에요. 다들 출시가 목표라서 상품이 특이하게 나오기는 쉽지 않다는 점은 저도 너무 잘 압니다.


최근에 예대금리차 공시가 됐잖아요. 토스뱅크의 경우 같은 신용점수에도 평균금리가 높은 이유가 뭘까요.
다른 은행들은 담보대출도 있고 전세대출, 보증서 대출이 다 포함된 수치지만, 저희는 담보대출이 하나도 없어요. 당연히 평균 금리는 높을 수밖에 없거든요. 개인사업자 대출로 좁히면 2차 보전 같은 대출들이 있어요. 지자체에서 금리 보전을 해주거든요. 중저신용자 분들은 지원을 많이 받아요. 저희는 아직 제휴가 안 됐어요. 총 5% 대출인데 지자체에서 2%를 지원하면 예대금리차 공시에는 3%만 나오는 거에요. 예대금리차 공시와는 별개로 저희도 보증부 대출을 준비 중입니다.

"보증부대출도 준비...은행원 따라 '복불복' 개선하겠다"
최근에 경기침체 얘기가 나오다보니 늘어난 중저신용자 대출도 부실이 우려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이제 기로에 서 있기는 합니다. 코로나 지원책으로 대출원금 상환 유예해온 정부 지원도 끝난다고 하고, 리스크팀에서도 우려가 높죠. 6개월 이상 달려왔으니까요. 최근에 많이들 점포를 많이 양도하시는 것 같아요. 포스트코로나에 대한 기대를 하고 있다가 안 되니까 이제 접는 거죠. 자산 있으니까 쉬려고 하는 분들도 있고요. 단순히 휴폐업만 보고 '이 사람은 부실 차주'라고 하면 은행이나 제2금융권은 안 좋은 시그널로 비춰질 수 있어요. 부실 채무가 보이기 시작한다고 하면 저희도 조절을 하겠지만 아직까지는 그런 징후가 보이진 않아요.


앞으로 새 사업자 대출상품을 내놓을 계획이신지 궁금합니다.
앞으로 큰 금액이 가능한 보증부 대출을 계속 도입할 계획이에요. 5000만~1억 이상 나오는 보증부 대출들이 있어요. 사실 보증부 대출도 영업점 직원이 다 꿰뚫고 있어야 사업자들이 추천을 받아서 대출을 이용할 수 있게 되거든요. 직원의 역량에 달려있는 문제다보니까 모든 사람이 균일한 서비스를 받지 못해요.


보증서 대출이 나가는 데 시간도 많이 걸리잖아요.
그것도 단축이 가능한 거에요.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빠르게 진행한 다음에 직접 심사하는 부분은 재단에서 진행하죠. 기업대출도 사업자가 한 번 신청하면 적합한 금리와 한도를 뽑아서 바로 보여주는 모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보증서 대출 한 번 심사한 결과로 어디에도 없던 서비스를 제공할 거에요. 시간이 좀 걸리지만 다시 돌아와서 나중에 다른 상품을 다시 신청할 필요가 없도록 하는 겁니다. 개인사업자 신용평가가 워낙 복잡하니까 상품 자체가 많지가 않거든요. 어떻게 이걸 빨리 할 수 있을까, 이게 저희의 미션입니다.

보증기관에서 안하는 것들은 기준이 딱 정해져 있어요. 그 기준에 맞춰서 심사를 자동으로 돌릴 거에요. 자동으로 돌리기 위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시스템을 구현하면 엄청 단축된 시간 내에 고객은 결과를 볼 수 있을 거라고 예상하고 있어요.


대표님이 금융권에서는 드물게 개발자 출신이잖아요. 은행과의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도전적인 거라고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강하게 얘길 해주지 않으면 직원들은 굉장히 보수적으로 갈 수 밖에 없어요. 다들 은행권에서 오셨으니까요. '왜 꼭 그렇게 해야 돼'라는 질문을 하세요. 그러면 한번 생각을 해보는 거에요. 꼭 이렇게 가야 되나. 그런 역할이 크죠.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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