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석진 코오롱FnC 사장(사진)은 “1963년 국내 최초로 나일론을 생산한 코오롱은 K패션 세계화에 대한 책임감도 남다르다”며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한 해법을 찾아가는 중”이라고 4일 말했다.
확 바뀐 조직 문화
코오롱FnC는 지난해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매출은 1조181억원으로 전년 대비 17% 증가했다. 2020년 107억원이었던 영업손실은 지난해 385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벌써 388억원을 찍었다. 유 사장은 “팬데믹(대유행) 기간에 조직을 디지털 중심으로 확 바꾼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코오롱FnC의 혁신은 유 사장 부임 전 이 회사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았던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 장남 이규호 현 코오롱글로벌 부사장이 시작했다. 유 사장은 “이 부사장이 주도해 2020년에 직급제를 없앴다”며 “고참 임원들이 여러 브랜드를 묶어서 관리하던 사업부 시스템을 없애고, 각 브랜드 매니저가 최종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수평적 조직 문화를 만들었다”고 했다.
당장 성과가 나지는 않더라도 잠재력이 풍부한 ‘시리즈’ 등 6개 브랜드는 사내 벤처처럼 키우기 위해 아예 사장 직속으로 두고 실무자에게 브랜드 운영을 온전히 맡겼다. 유 사장은 “WAAC이 대표적으로 성공한 사례”라며 “최근 별도 법인으로 분사시켰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인정받은 디자인 역량
유 사장은 인사 시스템에 파격을 줬다.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코오롱스포츠의 디지털 마케팅실장을 겸직하도록 한 게 대표적이다. 그는 “덩치가 가장 큰 코오롱스포츠(올해 6000억원 매출 예상)를 통해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 경험을 축적해 다른 브랜드로 이를 확산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시장에서 이기는 확률을 최대로 올리는 것이 디지털 전환의 목표”라고 강조했다.유 사장은 그룹 지주사인 ㈜코오롱에서 투자·전략 업무를 주도한 경험이 있다. 이를 살려 코오롱FnC의 영역을 글로벌로 확대하는 데도 구체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지포어 등 명품 브랜드를 여럿 보유한 리치먼드그룹이 해외 동반 진출을 제안했고 잭니클라우스, 프랑스의 이로 같은 유명 해외 패션회사들이 코오롱FnC의 상품 기획력과 디자인 역량을 높이 사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로 본사는 아예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를 함께 만들자”고 제안해왔을 정도다. 유 사장은 “코오롱스포츠와 컬래버레이션(협업)을 통해 프랑스 주요 백화점에 입점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런 변화는 K패션의 세계화에도 중요한 의미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맨땅에 헤딩’하듯 한국 브랜드를 무작정 해외로 가져가거나 반대로 해외 유명 브랜드를 국내에 들여와 판매만 하는 데서 벗어날 수 있어서다.
디지털 전환 속도
요즘 유 사장의 또 다른 화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다. 그는 이를 “나일론을 처음 만든 회사의 책임감”이라고 표현했다. 2012년에 래코드라는 재활용 패션 브랜드를 만든 건 “일종의 결자해지 차원이었다”는 설명이다. 코오롱FnC가 ‘패션업계 ESG 경영의 원조’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유 사장은 “디지털 전환도 결국은 ESG 경영의 일환”이라며 “수요를 예측해 재고를 줄일 수 있는 제조 방식을 끊임없이 탐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