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리걸테크 열기
4일 로펌업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광장은 현재 AI 번역 솔루션 도입을 위한 빅데이터 학습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분야별 법률용어에 최적화된 번역 솔루션을 만들 방침이다. 이 로펌은 보수 집계·산출·결제 절차를 디지털화하고 이와 관련해 반복적인 작업이 필요한 업무는 자동화하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광장은 올 들어 수행 중인 모든 사건에 로봇자동화(RPA)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최근 리걸테크 활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RPA는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업무를 자동으로 처리하는 기술이다. 이형근 광장 변호사는 “리걸테크는 고객 만족뿐만 아니라 구성원의 업무 효율 및 복지와도 밀접하다”며 “리걸테크를 적극 도입해 스마트워크 시스템을 발전시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태평양도 지난달 말부터 전사적으로 주요 업무 절차에 RPA를 도입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API(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통해 로펌 내부 시스템에 업무가 등록되면 여러 대의 로봇으로 작업이 분산돼 실시간 자동처리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이 로펌은 최근 글로벌 번역기업 RWS의 AI 번역 솔루션도 도입해 판결문과 계약서 등을 신속하게 번역할 수 있는 업무환경을 조성했다.
다른 로펌들도 리걸테크 활용에 한창이다. 율촌은 리걸테크 연구개발 전담팀인 ‘e율촌’을 꾸려 RPA와 모바일 업무처리 시스템 등 업무환경을 개선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외에 제약회사 리베이트 규정 준수 여부 판단(선샤인 액트 e컴플라이언스)·건설 분야 계약위반 위험 진단(프로젝트 지니)·세계 조세조약 검토추천(트리티 파인더 i7) 등 다양한 리걸테크 솔루션을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세종도 2018년 리걸테크 전략부서인 ‘이노베이션 커미티’를 신설해 업무생산성을 높이는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2019년 디지털 비서 역할을 하는 RPA를 도입해 온라인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업무가 가능한 환경을 구축했다. 김앤장 화우, 바른 등 다른 대형 로펌도 주요 업무 영역에 RPA를 적용하고 있다.
벤처와 협업도 활발
기술력을 갖춘 기업과 손잡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지평은 지난해 4월 미국 기업 피스컬노트와 업무협약을 맺고 AI 기반 입법정보 분석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계 미국인 팀 황이 창업한 피스컬노트는 미국 등 세계 20개국의 입법, 법령 데이터를 분석 및 예측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지난 1일 미국 나스닥에 상장해 현재 1조원대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지평은 국내 스타트업인 스트래티지앤리서치 등과도 협업해 국회 입법내용 분석과 예측 관련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기도 하다.임성택 지평 대표변호사는 “세계 주요국 규제 환경이 빠르게 변하면서 기업들이 관련 동향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데이터 전문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보다 신속하고 체계적인 입법·규제 관련 컨설팅을 기업들에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동인과 원은 지난해 5월 법률 AI 개발업체인 인텔리콘연구소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업무 효율을 높이는 AI 프로그램(유렉스)을 사용하고 있다. 유렉스는 특정 사건을 검색하면 법령과 판례, 관련 법안까지 전부 연계해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2018년 대륙아주가 사용하면서 로펌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