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에 시동을 걸고 나섰다. 사법 리스크를 떨쳐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사면·복권 후 첫 해외출장길에 올라 현지 프로젝트를 직접 진두지휘하고 나섰다. 중국 사업에서 사실상 철수 수순을 밟은 만큼 새로운 해외 시장으로 동남아 지역을 낙점, 힘을 쏟는 모습이다. 롯데그룹은 지난 2일 베트남 호찌민시 투티엠 지구에서 건설과 유통 인프라가 집결된 스마트단지인 '투티엠 에코스마트시티' 프로젝트 착공식을 열었다고 4일 밝혔다.
투티엠 에코스마트시티는 투티엠 지구 소재 5만㎡의 부지에 코엑스의 1.5배 규모인 연면적 약 68만㎡ 규모의 지하 5층∼지상 60층짜리 대형 복합단지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쇼핑몰 등 상업시설과 오피스, 호텔, 레지던스, 시네마, 아파트 등이 구축될 계획이다.
롯데는 총사업비 9억달러(1조2267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투티엠 에코스마트시티를 롯데의 최첨단 스마트 기술과 유통 노하우가 접목된 베트남 최초의 최고급 스마트단지로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 2일 열린 착공식에 참석, 투티엠 에코스마트시티를 베트남의 랜드마크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신동빈 회장은 “올해는 한국과 베트남이 수교한 지 30주년이 되는 해"라며 "이번 프로젝트를 기점으로 롯데그룹은 베트남에 대한 투자를 더 확대하겠다"도 말했다. 이어 "에코스마트시티 안에는 롯데의 역량이 총 집결된 스마트 주거 시설과 유통 시설이 자리잡아 향후 베트남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롯데는 또한 인도네시아에서는 롯데케미칼 등 화학군을 중심으로 대규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자회사인 롯데케미칼타이탄과 합작, 인도네시아 반텐 주에 총 39억달러(약 5조 3157억원)를 투자해 초대형 석유화학단지를 조성하는 '라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해당 프로젝트는 롯데의 해외 투자 중 최대 규모로 납사크래커(NCC)를 건설하고 기존 폴리에틸렌(PE) 공장과 수직 계열화를 완성하는 사업이다. 프로젝트 완공 시에는 연간 에틸렌 100만t, 프로필렌(PL) 52만t, 폴리프로필렌(PP) 25만t 등을 생산할 수 있다. 그 결과, 롯데케미칼은 국내외에서 연간 550만t의 에틸렌을 생산하게 된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달 29일 라인 프로젝트 현장을 직접 방문해 프로젝트 진척 상황을 점검하고 직원들을 격려한 바 있다.
롯데 측은 "라인 프로젝트는 인도네시아 최초의 납사크래커 건설 사례로 전체 석유화학제품 수요의 50% 가량을 수입으로 해결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석유화학산업 발전의 토대를 구축하는 계기도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롯데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물류를 비롯한 기반 인프라 구축에도 돌입한다. 베트남의 경우 롯데글로벌로지스가 남부 동나이성에 통합 스마트 물류센터를 2024년 완공을 목표로 건립에 나선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향후 베트남 수출·입 화물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운송사업도 확대한다. 인도네시아가 최근 행정수도를 자바섬에 있는 자카르타에서 보르네오섬 동칼리만탄에 건설되는 누산타라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대규모 물류 수요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자카르타 권역의 운송망 구축과 EPC(설계·조달·시공) 물류 사업 등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신동빈 회장은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사면·복권된 후 이번에 첫 해외 출장에 나섰다. 베트남에서는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지원도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