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약하다. 돈을 막 쓴다. 물질적이다. 게으르다. 부모에 의존한다. 조직 충성도가 낮다.”
요즘 젊은 세대에 대한 기성세대들의 평가다. 어른들이 보기에 이들은 ‘베짱이’다. 허구한 날 해외여행 다니고, 값비싼 옷과 신발에 돈을 펑펑 쓴다. 게임과 스마트폰에 빠져 살고, 가족이나 직장보다 자기 자신만 생각한다. 인류 역사상 가장 풍요롭고 안전한 시대지만 만날 “살기 힘들다”고 징징댄다. 나이 들어서도 부모에게 손을 벌리는 철부지다.
<세대 감각>은 이런 평가가 사실이 아니라고 말한다. 저자 바비 더피는 영국 킹스칼리지런던(KCL) 공공정책학 교수다. 글로벌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에서 10년 동안 일한 여론조사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는 이 책에서 방대한 여론조사 통계를 동원해 젊은 세대의 진짜 모습을 밝힌다.
책은 ‘세대’라는 광범위한 집단에 영향을 주는 힘을 세 가지로 분류한다. ‘시대의 영향’ ‘생애 주기의 영향’ ‘코호트(동일집단)의 영향’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사태는 시대 영향이다. 모든 세대에 영향을 준다. 나이가 들면서 생각과 태도가 변하는 것은 생애 주기의 영향이다. 코호트의 영향만이 다른 세대와 구분되는 특정 세대만의 특징이다. 그런데 대부분 세대론은 시대의 영향과 생애 주기의 영향을 고려하지 않는다.
예컨대 밀레니얼 세대(1980~1995년생)와 Z세대(1996~2010년생)가 ‘돈을 아낄 줄 모른다’는 인식은 시대의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데서 온 오해다. 이전 세대는 빠른 경제 성장 덕에 상당한 소득 증가를 경험했다. 영국의 베이비부머(1945~1965년생)는 전쟁 전 세대(1945년 이전 출생)보다 45~49세 때 소득이 36% 높았다. X세대(1966~1979년생)는 베이비부머보다 같은 나이대 소득이 단 3% 앞서는 데 그쳤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문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30대 초반 기준 실질 가처분 소득이 X세대보다 4% 낮았다.
엄청난 집값 상승으로 세대별 자산 격차는 소득보다 더 벌어졌다. 2007년 이후 영국에서 창출된 자산 증가는 대부분 45세 이상에게 돌아갔고, 3분의 2는 65세 이상에게 집중됐다. 이런 상황에서 “너희들이 커피를 덜 사 먹고 해외여행만 줄여도 우리처럼 돈을 모으고 집을 살 수 있다”고 비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기성세대의 자산 축적은 시대의 덕을 크게 봤기 때문이다.
이직률도 마찬가지다. 밀레니얼 세대의 자발적인 이직률은 X세대보다 20~25% 낮다. X세대는 베이비부머보다 낮다. 안정적인 직장을 찾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 일한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주당 근무 시간은 모든 연령 집단에 걸쳐 크게 줄었다. 오히려 독일에선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가 초과 근무를 포함한 평균 근로 시간이 가장 길었다. 하루라도 젊었을 때 더 많이 일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돈만 따진다는 것도 편견이다. 일본에서 ‘일은 돈벌이 수단일 뿐’이라고 답한 비율은 전쟁 전 세대가 약 50%였다. 밀레니얼 세대는 35%, Z세대는 30%에 그쳤다.
요즘 젊은 세대만의 특징이라는 윤리적 소비, 낮은 출산율, 타인종에 대한 열린 태도 등도 선입견이다. 환경 문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세대별로 거의 차이가 없다. 지난 12개월간 특정 제품을 불매한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독일 기준)은 X세대와 베이비부머 세대가 약 40%로 가장 높았다. Z세대는 상승 추세긴 하지만 25%에 그쳤다. 낮은 출산율, 타인종에 대한 열린 태도 역시 전 세대에 걸쳐 나타난 장기적인 추세였다.
저자는 ‘세대 가르기’를 경계한다. 서로에 대한 오해가 비난을 불러일으킨다는 이유에서다. 기성세대가 청년층을 보는 시선만큼이나 젊은 세대도 기성세대를 불신의 눈으로 보고 있다. <10년의 도둑질 : 베이비부머는 밀레니얼 세대의 경제적 미래를 어떻게 훔쳤는가> <소시오패스의 세대: 베이비부머는 어떻게 미국을 배반했나> 같은 책들이 나오는 배경이다. 저자는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강조한다. ‘우리’와 ‘그들’이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사회 문제에 함께 맞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방대한 통계 자료는 이 책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눈길을 끄는 설문조사 결과가 많지만 때로는 지루하게 느껴진다.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을 객관적으로 잘 정리했지만 현상의 근원을 깊게 파고들지는 않는다. 세대에 대한 팩트북 성격의 책인 만큼 큰 흠은 아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