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준비됐다. 문제 보내주면 나는 아래에서 위로, 너는 위에서 아래로, 당신은 마음대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와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아들 조 모 씨의 시험을 대신 쳐 준 구체적 정황이 드러났다.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부장판사 마성영 김정곤 장용범) 심리로 열린 조 씨의 입시 비리와 대리시험 관련 조 전 장관 부부 재판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검찰의 증거조사 내용이 공개됐다.
대리시험은 조 씨가 당시 수강 중이던 과목의 온라인 시험 문제를 사진으로 찍어 가족 단체 채팅방에 올리면 조 전 장관 부부가 이를 같이 풀어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검찰에 따르면 정 전 교수는 2016년 9월 가족 채팅방에서 역사학 관련 과목의 객관식 시험 문제 답안을 올렸고, 조 씨는 이런 방식으로 만점을 받았다.
조 씨는 또 다른 과목에서도 두 차례 대리 시험을 쳤다. 조 씨는 2016년 10월과 12월 가족 채팅방에서 온라인 시험 일정을 사전에 공유했다. 조 씨가 ‘아빠 저 1시에 시험 봐요’라는 메시지를 보내자 조 전 장관은 "아빠 준비됐다. 문제 보내주면 나는 아래에서 위로, 너는 위에서 아래로, 당신(정 전 교수)은 마음대로"라고 답했다.
정 전 교수도 "엄마도 컴퓨터 앞에 앉았다. 준비 완료"라고 말한 후 문제를 풀었다.
검찰은 조 전 장관 부부가 아들 조 씨의 미국 조지워싱턴대 입시에 직접 관여했을 뿐 아니라 재학 중이던 기간 전반에 걸쳐 온라인 시험 대리와 과제 대필로 성적 관리를 해왔다고 지적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 전 교수는 조 씨가 계속 안 좋은 성적을 받자 "이렇게 정신 못 차리면 어떡하냐"고 질책하고 수차례에 걸쳐 여러 과목의 과제를 대신 작성했다.
조 전 장관은 그런 정 전 교수에게 "힘내세요"라고 응원했다.
조 씨는 "덕분에 B+받았다"라고 감사 인사를 했고 정 전 교수는 "시험 유형이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조 전 장관은 "셋이 힘을 합쳐 넘기자"라고 화답했다.
검찰은 "조지워싱턴대의 학문 윤리 규정을 보면 타인의 성과를 자신의 것인 양 가져오는 행위 등을 명시하고, 거짓 행위를 반복하면 낙제한다고 돼 있다"고 전했다.
조 전 장관 측은 지난해 6월 대리시험 내용과 관련 "아들이 2011년 학교폭력을 당했고 이로 인한 후유증을 겪었다"면서 "학교폭력 피해자의 경우 트라우마에 관심을 갖는 것은 (재판부도) 잘 아실 것이다. 그런 행위(학교폭력)에 대한 열패감이 평생 가서 여러 케어 필요성이 있었다"면서 대리시험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조 전 장관과 정 전 교수 측 변호인은 지난해 6월 공판에서 "대단히 의기소침하고 젊은 남자아이가 학폭을 당했을 때, 때려서 아픈 게 아니라 정당하게 맞서지 못했단 열패감이 평생 간다"면서 이들 부부가 조 씨를 왜 도와야 했는지 설명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