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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죄 지었다"…21년 만에 사과한 은행 강도살인 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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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동안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던 대전 국민은행 권총 강도 살인 사건의 피의자 2명이 유족들에게 사과했다.

이 사건을 주도적으로 계획하고 총까지 쏜 혐의를 받는 이승만(52)은 2일 오전 검찰에 송치되기에 앞서 대전 동부경찰서 포토라인에 서서 "저로 인해 피해를 받으신 경찰관분, 운명(유명)을 달리하신 피해자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올린다"고 말했다.

검은색 점퍼에 마스크를 한 채 취재진 앞에 선 이승만은 인터뷰 내내 고개를 떨궜다.

21년 만에 검거된 심정을 묻자 "지금 죽고 싶은 심정밖에는 없다"면서, 처음에 범행을 부인하다 시인한 이유로는 "언젠가 제가 지은 죄(에 대한 벌)를 받을 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완전범죄를 꿈꾼 것이냐는 질문에는 "아니다"라면서 마지막으로 "죄송하다. 죽을죄를 지었다"고 거듭 사죄했다.

같은 시각 둔산경찰서에서 포토라인에 선 이정학(51)도 "깊이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검은 모자를 눌러쓰고 검은색 마스크를 쓴 이씨는 '피해자 유가족에게 할 말은 없느냐'고 묻자 양손을 앞으로 모으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이같이 답했다.

이씨는 21년 만에 붙잡힌 심경을 묻자 잠시 한숨을 쉰 뒤 "죄송하다"고 말했다. 범행을 시인하느냐는 물음에는 고개를 작게 끄덕이기도 했지만, 마스크를 벗어달라는 취재진의 요구에는 응하지 않고 호송차에 탑승했다.

이들은 경찰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에 따라 신상 공개가 결정된 피의자다.

이승만과 이정학은 2001년 12월 21일 오전 10시께 대전 서구 둔산동 국민은행 지하 주차장에서 현금 수송차량을 승용차로 가로막은 뒤, 38구경 권총으로 은행 출납 과장 김모(당시 45세) 씨에게 실탄을 쏴 살해하고 현금 3억원을 들고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총기는 같은 해 10월 15일 0시께 대덕구 송촌동 일대에서 도보 순찰 중이던 경찰관을 차량으로 들이받은 뒤 빼앗은 것이었다.

이 사건이 장기 미제로 남아 있던 중 2017년 10월 과학수사의 발전으로 범행에 사용한 차 안에 있던 마스크와 손수건에서 유전자 정보(DNA)가 발견되면서 수사가 탄력을 받았다.

경찰은 충북지역 불법 게임장에서 발견된 DNA와 해당 DNA가 같은 것을 확인하고, 5년 동안 게임장 관련자들을 조사해 지난달 25일 사건 발생 21년 만에 이승만과 이정학을 붙잡았다.

경찰은 이들에게 강도살인 혐의를 적용해 대전지검에 송치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이날 강력범죄전담부인 형사 3부를 중심으로 특별수사팀(검사 5명·직원 10명)을 꾸려 본격적인 보강 수사에 들어갔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과 유기적으로 협력해 수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전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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