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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알바부터 청소년까지…삶의 애환 박카스로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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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적거리는 어느 식당 안. 한 아르바이트생이 손님이 올 때마다 큰 소리로 외친다. “어서 오세요!”

하지만 식당 주인의 잔소리는 끊이지 않는다. 의욕은 점점 꺾인다. 손님이 문을 열면 ‘반갑다’가 아니라 ‘들어오지 마라’는 생각부터 든다. 그때 식당 문을 열고 등장하는 친구. 손에는 박카스가 들려 있다. 아르바이트생은 손님인 줄 알고 습관처럼 “어서 오세요”를 외치려 한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오지 마세요!”였다. 마음속의 바람이 자신도 모르게 입 밖으로 새어 나온 것. 친구는 물론 손님과 주인 모두 황당해 그를 쳐다본다. 아르바이트생은 친구가 주고 간 박카스를 마시며,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기운을 낸다.

국범근 감독이 ‘제9회 박카스 29초영화제’에 출품한 영상 ‘어서오세요와 오지마세요의 사이, 박카스가 필요한 순간’의 줄거리다. 이 작품은 1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다산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일반부 대상을 차지했다. 아르바이트생의 고단함을 유쾌하게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피로 해소제 박카스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이 영화제는 올해로 9회를 맞았다. 영화제는 박카스를 만드는 동아제약과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 주최하고, 29초영화제사무국이 주관했다.

주제는 ‘[ ]와 [ ] 사이, 박카스가 필요한 순간’이었다. 박카스가 생각나는 순간에 대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풀어내는 방식이었다. 공모는 7월 11일부터 8월 20일까지 진행됐다. 일반부 762편, 청소년부 83편, 홍보·NG·메이킹필름 62편으로 총 907편이 출품됐다. 이 가운데 14개 팀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청소년부 대상은 ‘“엄마예요?”와 “누나예요!” 사이, 박카스가 필요한 순간’을 만든 연무고의 구본비 감독에게 돌아갔다. 한 남매는 함께 다니면 늘 오해를 받는다. 고교생인 누나는 성숙한 외모로 “엄마예요?”라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누나. 그를 위해 남동생은 늘 “누나예요!”라고 대신 말해준다. 그러던 어느 날 또 같은 일이 반복되자 동생은 박카스를 건네며 누나를 위로한다. “누나, 안 웃으면 늙어 보여. 이거 먹고 웃고 다녀.” 나이 차가 많이 나는 형제자매를 두거나 성숙한 외모를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밝게 그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반부 최우수상은 ‘2022년과 1999년, 박카스가 필요한 순간’의 김선미 감독이 차지했다. 이 영상의 화면은 왼쪽, 오른쪽으로 나뉘어 구성됐다. 왼쪽엔 2022년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한 나, 오른쪽엔 1999년 처음 부모가 된 엄마의 모습을 동시에 비추는 식이다. 두 사람 모두 서투르다. 처음이어서다. 그래서 힘들어한다.

이 작품은 특히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왼쪽 영상에 있던 2002년의 내가 박카스를 마시려다 멈추고, 갑자기 손을 뻗어 오른쪽 영상 쪽 엄마가 있던 장소에 박카스를 놓는다. 1999년의 엄마에게 주는 선물이다. 나를 키우느라 힘들었던 것에 대한 감사 인사를 전한 것이다. 화면 분할 기법을 활용해 시공간을 뛰어넘은 게 인상적이었다는 호평을 받았다.

청소년부 최우수상은 ‘나머지와 나 사이, 박카스가 필요한 순간’을 만든 용인한국외국어대부설고의 김가연, 김리나, 배현민 감독에게 돌아갔다. 선생님은 학생들 앞에서 자랑스럽게 외친다. “우리 반에서 전교 1등이 나왔다. 주연이는 일어서고, 나머진 박수!” 이 말을 들은 한 여학생은 ‘나머지’라는 말이 뇌리에 박힌다. 모두가 주목하는 전교 1등이 되지 못한다면 그저 나머지인 걸까. 그는 박카스를 마시며 의기소침해진 자신을 다독인다. 그리고 멋진 그림을 그리고, 열심히 운동도 하며 자신만의 재능을 찾아간다. 이 작품은 많은 청소년이 느끼는 감정과 고민을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날 시상식엔 수상자와 가족 등 600여 명이 참석했다. 시상은 최호진 동아제약 대표와 김정호 한국경제신문 사장 등이 맡았다. 드라마 ‘도깨비’ ‘태양의 후예’ 등의 OST를 불러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가수 펀치가 참석해 축하 공연을 했다. 일반부 대상 1000만원을 포함해 총 3000만원이 상금으로 수여됐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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