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4,990.07

  • 37.54
  • 0.76%
코스닥

993.93

  • 23.58
  • 2.43%
1/3

"M&A 가뭄 속 세 번의 파도가 올겁니다"[차준호의 썬데이IB]

페이스북 노출 0

핀(구독)!


뉴스 듣기-

지금 보시는 뉴스를 읽어드립니다.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M&A 가뭄 속 세 번의 파도가 올겁니다"[차준호의 썬데이IB]

주요 기사

    글자 크기 설정

    번역-

    G언어 선택

    • 한국어
    • 영어
    • 일본어
    • 중국어(간체)
    • 중국어(번체)
    • 베트남어
    이 기사는 09월 02일 16:5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요즘 인수합병(M&A) 업계는 '거래 가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마켓인사이트가 올해 6월 말까지 집계한 바이아웃(경영권 이전) 거래는 총 18조6091억원으로 27조7402억원의 거래가 성사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3%가량 줄었습니다. 상반기에는 그나마 M&A 시장이 초호황이던 작년 논의를 시작했던 거래들이 반영됐습니다. 하반기 전망은 매우 어둡습니다. 그나마 뜨거운 매물이었던 일진머티리얼즈는 인수 열기가 미적지근해져 성사 가능성도 불투명합니다.


    지난해만해도 몰려드는 업무에 새벽까지 야근이 일상이었던 투자은행(IB), 사모펀드(PEF) 업계 관계자들도 올해는 일감 부족에 한숨이 깊습니다. 일부 인력들은 지난해 못 간 밀린 여름휴가를 떠난 모습도 관측됩니다. 주니어들도 오후 9시면 퇴근해 모처럼 워라밸을 즐기고 있습니다.

    얼마 전 만난 대형 PEF 파트너도 8월 내내 제주도에서 서핑을 즐기다 사무실로 복귀했다고 근황을 전했습니다. 10여년간 투자업무를 맡아 휴가 없이 일해왔지만, 올해는 "10월까지 개점휴업을 하겠다"고 사무실에 선언했다고 합니다. '왜 10월까지인지'를 묻자 해당 시기 전후에 오는 세 번의 파도를 잘 고르면 전례 없는 투자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합니다.




    첫 번째 파도는 정말 현금이 동 나서 급매물로 나오는 기업들입니다. 매년 '의도한 적자'로 현금유출(Cash-burn)은 이어지고 있지만, 높아질 대로 높아진 기업가치 탓에 신규 투자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스타트업들이 대표적입니다. 한때 롯데에 1조원 매각이 거론됐던 티몬은 최근 들어 2000억 수준 기업가치로 동남아기반 e커머스업체인 큐텐과의 지분교환 방식의 거래가 진행 중입니다. 수 년전만해도 유니콘을 눈앞에 뒀던 블랭크코퍼레이션은 몸값이 800억대(투자 후 기준 1000억원) 수준까지 쪼그라들었습니다. 이런 거래들은 지금도 시장에서 하나둘 등장하고 있지만 현금흐름을 중요시하는 PEF가 담기는 부담스럽다는 평가입니다. 섣불리 타면 안되는 파도라고 설명하였죠. (관련기사 : "1등 아니면 구조조정 대상"…티몬·왓챠 등 '생존형 M&A' 몰려")



    두 번째 파도는 10월경부터 내년도 사업계획의 확정하거나 논의할 주요 대기업들에서 촉발될 거래들입니다. 고환율·고물가·고금리 등 전례 없는 복합위기를 마주한 주요 대기업들은 내년도 경기 전망을 어둡게 보고 현금 확보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이미 롯데그룹, 포스코그룹 등 주요 기업들은 불확실성 속 현금 확보에 총력을 다하기로 사업계획을 세웠고, 한때 큰 손이었던 SK그룹도 대형 인수전에서 자취를 감춘 지 오래입니다. LG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LG화학도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전에서 일찌감치 발을 빼는 등 보수적 M&A 기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각 그룹이 미래먹거리로 선정한 분야에선 M&A와 대규모 투자를 멈출 수 없는 상황입니다. 결국 이 과정에서 주요 투자 재원을 보유한 현금 대신 기존 비주력사업의 매각 등으로 마련할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입니다.


    올해 초 SKC의 필름사업부 매각이 대표적 사례였습니다. 동박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해 수년간 저울질하던 사업 매각을 드디어 확정지었습니다. 과거에도 SKC는 SK넥실리스(옛 KCFT) 인수 대금 등을 마련하기 위해 SKC코오롱PI 등 비주력 사업을 매각했는데, 이를 인수한 글랜우드PE는 3년여만에 두 배 이익을 거뒀습니다. 최근엔 SK온이 조단위 투자유치에 난항을 보이면서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이 SK루브리컨츠 혹은 SK종합화학의 매각을 재시도해 증자에 투입할 현금을 마련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다만 치열한 경쟁도 감수해야되는 데다 블라인드를 보유한 대형 PEF들 위주의 '레이스'가 불가피하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난이도가 꽤 어려운 '파도 타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PEF들이 기대하는 마지막 파도는 대기업들의 사업계획이 확정된 직후 경제 주체들에 서서히 퍼질 심리입니다. 다른 사람은 모두 누리는 좋은 기회를 놓칠까 봐 걱정되고 불안한 마음인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심리를 활용하겠다는 얘기입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하는 대기업들마저 내년도 경기 전망을 극도로 보수적으로 본다는 사실이 확정되고 경제주체들 사이에 번지면서 나타날 불안감에 베팅하겠다는 전략입니다. 매각에 속도를 낼 필요성이 크지 않았던 재무구조가 우량하고 산업 내 입지도 탄탄했던 중견기업의 오너들도 이때쯤이면 M&A시장을 기웃할 가능성도 커질 것이란 시각이죠. 지금까지는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만큼은 가격을 받아야지"라며 지난해 수준의 기업가치가 회복할 때까지 매각을 서두르지 않았던 오너들이 점차 초조해질 수 있다는 시각입니다.



    올해 1월 MBK파트너스가 신발원단업계 1위업체이자 부산 향토기업인 동진섬유와 경진섬유를 7800억원에 인수하는 과정에서도 이런 심리가 큰 역할을 했다고 전해집니다. MBK파트너스는 2018년경에도 한 차례 인수를 위해 오너일가에 접촉했지만 문전박대를 당해야 했습니다. 이 무렵 부산 기업이자 동종업계 2위 경쟁사였던 유영산업 오너일가는 사모펀드(PEF)인 VIG파트너스에 회사를 매각해 '파이어족'이 됐습니다. 자칫 동진섬유 오너 입장에선 '이번에도 거절했다 매각가를 유영산업 오너만큼 받지 못하면 어쩌지'란 심리가 거래를 이끌었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습니다.

    이런 종류의 거래들은 신생 PEF들엔 단숨에 업계 스타로 부상할 기회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이런 종류의 규모가 큰 M&A는 대형 PEF들만 성과를 냈는데 위기 상황에는 중소형 PEF에도 기회가 열리기 마련입니다. 다만 회사를 창업해 산전수전 다 겪은 오너들이 순순히 회사를 내놓는다면 기업가치가 진짜 '꼭지'일 수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답니다. 10월 이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 기대가 됩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실시간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