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 온라인 플랫폼의 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를 허용하면서 보험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막대한 파급력을 지닌 빅테크 기업에 보험사가 종속될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되면서다.
3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토스는 온라인 플랫폼의 보험상품 취급 시범운영 관련 혁신금융서비스 신청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혁신금융서비스 신청서를 받고 오는 9월 지정요건 심사를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빅테크·핀테크 업계로부터 준비 단계가 필요하단 의견이 있어 신청 기간을 9월 초까지 연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르면 오는 10월 혁신금융서비스 사업자를 지정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위는 지난 23일 제2차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열고 플랫폼 금융서비스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통해 보험 등에 대한 빅테크 기업의 온라인 판매 중개업을 시범 운영하겠다는 게 골자다. 앞서 카카오페이는 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를 제공했다가 지난해 금융당국이 '중개' 행위로 규정한 영향으로 서비스를 중단한 바 있다.
현행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라 중개 행위를 하려면 금융위에 관련 등록이나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보험업법 시행령상 온라인 플랫폼은 보험상품 중개업자 등록이 불가한 탓에 서비스 제공이 제한돼서다. 새 정부가 빅테크 기업의 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를 허용해주기로 결정한 것은 빅테크·핀테크 기업의 접근성을 활용해 소비자들의 편익을 제고한다는 취지에 따른 것이다.
금융당국은 보험상품의 경우 소비자와 보험사 간 큰 정보 비대칭성으로 디지털 기술과 플랫폼에 의한 혁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온라인 플랫폼의 경우 고객의 현재 보장 수준을 분석하고 나이, 건강 상태, 생활 습관 등 빅데이터를 활용해 최적의 보험 핏팅 서비스를 소비자에 제공할 수 있단 점을 높이 평가했다.
단, 금융소비자 피해 방지를 위해 부가 조건은 부여하기로 했다. 먼저 상품 취급 범위에 제한을 두기로 했다. 인터넷마케팅(CM)·텔레마케팅(TM)·대면용 상품 취급은 허용하나 종신·변액·외화보험 등 상품구조가 복잡하거나 고액 계약처럼 불완전판매가 우려되는 상품은 취급 범위에서 제외한다.
영업 채널도 온라인으로 제한한다. 또 온라인 플랫폼이 보험소비자 피해 발생 시 즉각적으로 배상할 수 있도록 영업보증금을 예치하도록 했다. 더불어 알고리즘의 공정성을 코스콤으로부터 사전 검증을 받도록 했다. 특정 상품의 추천 사유나 보험상품의 순위 부여 기준도 소비자에게 안내해야 한다.
'빅테크 종속 우려' 보험업계 난색…금융당국, 제도적 보완 장치 논의
금융당국이 보험사 반발을 고려해 보험상품 단순 비교·추천 서비스만 허용할 뿐 아니라 부가 조건까지 부여한 것인데, 여전히 보험업계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보험업계의 빅테크 종속이 가속화하는 것을 우려해서다. 추후 서비스 이용에 따른 수수료 증가로 보험료 인상을 초래할 수 있단 점도 보험업계가 주장하는 부정적 측면 중 하나다.보험업계 관계자는 "빅테크 기업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은 보험사에 대한 수수료 부과가 이뤄지고, 이로 인해 보험료 인상이 유발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서비스 이용에 따른 소비자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단 것"이라며 "빅테크 기업의 경우 시장 영향력이 막대한 만큼 보험시장 전체 점유율 변화는 물론 국내 보험사 전체가 종속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플랫폼의 영향력이 과도하게 확대되거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할 우려에 대한 제도적 보완 장치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먼저 플랫폼이 보험사에 불리한 거래 조건을 요구하는 것을 금지하고, 서비스 변경·제한·중단 시 사전 통지 방안을 도입한다. 제조사인 보험사의 판매 채널 종속 방지 방안도 마련한다. 아울러 대형 플랫폼에 한해 방카슈랑스 25%룰을 참고해 플랫폼의 특정사 편중도 방지한다는 계획이다.
온라인 플랫폼이 특정 플랫폼에만 모집 위탁을 강요하거나 경쟁 플랫폼에 제공하는 상품 가격에 관여하는 행위도 금지한다. 플랫폼의 과다한 수수료 수취를 방지하기 위해 업계 논의를 거쳐 합리적 수준의 수수료도 설정할 방침이다. 비교 추천 시 보험사로부터 수취하는 광고비 또한 모집 수수료에 준하는 규제를 마련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구상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플랫폼의 시장지배력을 고려할 때 플랫폼과 계열사 간 독점적 제휴가 이뤄질 경우 소비자 피해, 불공정 경쟁 등 여러 폐단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며 "업계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다양한 제도적 보완 장치를 마련하고 이를 서비스에 적용할 방침이다. 향후 제도적 보완 장치를 위반할 경우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취소 처분까지 내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