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실리콘밸리 판교. 이곳에서 근무하는 사람 중 절반은 개발자다. 그런데도 늘 개발자는 부족하다. 디지털화에 박차를 가하는 은행은 물론 정보기술(IT) 기업들의 개발자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지만, 실력 있는 인재는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개발자와 짝꿍으로 일하며, 고객의 마음을 읽고 전략을 제시하는 서비스 기획자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렇듯 인재를 두고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깨지다 보니 연봉을 두 배로 올려주는 것은 물론 ‘억’ 소리 나는 스톡옵션을 제시하는 스타트업도 많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필자는 그 이유를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찾는다. 첫 번째는 카카오, 네이버, 엔씨소프트 등 초대형 IT 기업들 때문이다. 그들 잘못이 아니라 잘한 결과다. 국내 IT산업을 해외 기업으로부터 지켜냈다. 일본처럼 구글 검색 점유율이 76%이고, 유럽이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시장을 지켜내기 위해 디지털시장법(DMA)을 제정한 것처럼 우리나라의 IT산업이 침체했다면 개발자 채용은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두 번째는 개발자는 실력만큼 연봉을 받는다는 점이다. 필자는 이를 두고 ‘타율’에 빗대 설명한다. 면접관들은 지원자들의 코딩 실력을 타율로 평가한다. 한눈에 지원자 실력이 2할대인지 3할대인지 알 수 있다.
만약 4할대 타자가 나오면 무조건 채용하고 높은 연봉을 지급한다. 이때 학력과 나이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오직 실력으로만 평가하기 때문에 우수한 인재들이 개발자를 꿈꾸고, 뛰어난 개발자가 계속 배출되고 있다. 또한 우수 인력이 모인 곳에 실력 좋은 개발자의 지원이 이어지고, 회사는 실력이 교차 검증된 인력을 뽑을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상반기 우리 회사 개발자 채용에는 3000여 명이 지원하기도 했다.
이렇듯 개발자의 높은 몸값은 IT산업 성장→실적에 기반한 보수 체계→우수한 인력 배출→IT산업 성장이라는 선순환의 결과다. 과거 중동의 모래바람을 이겨낸 산업 역군들의 외화가 국내 산업 기틀 마련과 일자리로 이어진 것처럼 IT 개발자들도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산업을 지켜낸 개발자들과 기업은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 선순환 구조를 IT 업종 외에 금융, 모빌리티, 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하기 위해서라도 IT 기업과 직원, 생태계를 지원해야 한다. 선순환 속 4할대 개발자가 대거 나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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