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지난 7월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음에도 원·달러 환율의 상승 폭은 다른 주요국 통화와 비교했을 때 더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31일 공개한 8월 금융·경제 이슈 분석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빅스텝을 단행한 7월 13일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2.5% 상승했다. 이 기간 주요 6개국 통화 가치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화 지수는 0.1% 올라 보합 수준이었다. 달러가 강세를 보인 것보다 원화 약세가 더 심했다는 의미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29일 1350원40전을 기록하면서 연고점을 경신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4월 28일(1356원80전) 후 최고치였다.
유럽, 중국 등 주요국의 통화 가치 변동률과 비교해도 원화 가치의 절하율이 두드러졌다. 이 기간 유럽 유로화와 중국 위안화는 각각 -0.1%, -1.7%로 나타났다. 일본 엔화는 그대로였다. 신흥국통화지수는 오히려 1% 올랐다.
한은은 원화 약세가 더 큰 이유와 관련, "중국 경기둔화 우려 등에 따른 위안화 약세, 우리나라 무역수지 적자 지속 등의 영향으로 하락 폭이 제한됐다"고 했다. 원화는 위안화의 흐름에 연동되는 경향이 있다.
한은은 위안화 약세 배경으로는 △코로나19 봉쇄 조치, 부동산 업황 부진, 60년 만의 폭염 등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 △낸시 펠로시 미 의회 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고조된 미·중 갈등 △중국 인민은행의 예상외 정책금리 인하 등을 꼽았다. 한은은 "시장에서는 인민은행의 위안화 약세 분위기와 중국 정부의 미진한 경기부양책 등도 위안화 약세를 부추긴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한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원화 약세를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한국 무역수지는 지난 5월 16억1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6월(-25억8000만달러), 7월(-46억7000만달러), 8월 1~20일(-102억2000만달러)로 적자가 계속되고 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한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우려가 원화 가치 약세로 나타났다는 얘기다.
한편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9원10전 내린 1337원60전에 마감했다. 수출기업의 환전과 위안화 약세 등이 환율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