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베어마켓랠리(약세장 속 상승세)’로 2530선까지 올랐던 코스피지수가 당분간 ‘박스피’에 들어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지난주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경기침체를 감수하더라도 금리 인상을 지속할 것이라고 선언하면서다. 증권사들은 방어적 전략과 함께 정책 수혜로 실적 방어가 가능한 전선·전력장비 업종을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9월 증시 ‘박스피’ 진입
31일 코스피지수는 0.86% 상승한 2472.05에 마감했다. 오전 한때 2426.14까지 밀렸지만, 오후 들어 외국인 순매도액이 줄고 개인의 반발 매수가 유입되며 상승세로 전환했다.
다만 이러한 반발 매수로 인한 반등세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증권사들은 다음달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에서 등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삼성증권은 9월 코스피지수의 등락범위(밴드)를 2300~2600으로 제시했다. 대신증권은 2380~2550, 현대차증권은 2330~2530을 제안했다. 신한금융투자와 교보증권은 각각 2350~2600, 2400~2600 사이를 등록 범위로 제시했다.
3분기 기업들의 실적 하락이 예상되면서 지수 상승폭이 크게 제한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분석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분기 실적 추정치가 존재하는 상장사 249곳의 영업이익 추정치 합계는 54조9340억원으로 이들 기업의 2분기 영업이익 합계(58조5828억원)에 비해 6.22%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은 현재 252원으로 올해 고점 대비 6.5% 하락했다”며 “경기침체로 인한 수출 증가율 하락과 이익 추정치 하향 가능성이 지수 변동폭 상단을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4분기, 계단식 반등 vs 저점 통과
하반기 전체적인 증시 흐름에 대해서는 엇갈린 견해가 나타나고 있다. 박스권 진입 이후 4분기 추세 반전이 나타날 것이라는 낙관론과 올해 연저점을 뚫고 2000선 근처까지 빠질 것이라는 비관론이 맞서고 있다.
삼성증권은 4분기 코스피지수가 4분기 계단식 반등을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물가가 안정세가 이어지고 미국 장기국채 금리가 고점을 통과했다는 인식이 시장에 퍼지면, 다시 증시로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외국인 수급에 영향을 주는 달러 강세도 4분기 중 약세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증시가 회복된다면 3분기 코스피지수가 2500선에 안착한 뒤 4분기 2800선까지 상승하게 될 것”이라며 “최근 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400원대를 넘지 못할 것이란 시각이 많아 9월 FOMC(연방공개시장회의) 이후 변곡점을 통과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반면 대신증권은 4분기 코스피가 낙폭을 키울 경우 연말 2050선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긴축 압력 확대로 인한 밸류에이션(평가가치) 조정에 이어 경기 침체 우려로 기업이익이 하향하면서 코스피 하락추세가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정책 수혜주·방어주 전략 써야
전문가들은 박스피 장세에 접어들면서 방어주 중심의 보수적인 전략을 짜라고 당부했다. 또 실적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정책 수혜주도 주목하라고 했다.
대신증권은 실적 대비 저평가 업종을 위주로 순환매 대응하는 단기 매매 전략을 추천했다. 2500선 이상에서는 현금 비중을 확대하고, 배당주·통신·음식료 업종을 중심으로 방어적 전략을 취하라고 조언했다. 신한금투는 실적 변동이 크지 않은 안정적인 업종을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이러한 업종으로는 헬스케어, 자동차와 통신·필수소비재를 꼽았다.
삼성증권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안(IRA) 수혜주로 전선·전력기기 등의 업종을 주목하라고 했다. 친환경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면서 글로벌 전력장비 시장에서 선두에 있는 한국 업체들이 직접적인 혜택을 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업종 대표주로는 효성중공업, 현대일렉트릭, LS전선 등을 들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