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여행 중 우연히 발견한 맨드라미 꽃을 보고 걸음을 멈추었다. 과거 골목이나 가정집 화단에서 쉽게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사라져버린 맨드라미 꽃잎이 유씨에게 말을 거는 듯 했다. 붉은 꽃들이 완전히 잊고 지냈던 소녀 시절의 두근거리는 감정들을 소환해내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작가는 맨드라미를 그려나갔다. 식물로서의 맨드라미가 아닌, 세상에 물들지 않은 본래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 맨드라미를 창조했다.
유씨는 “맨드라미를 보며 젊은 시절의 열정이 가득 차오르는 느낌을 받았다”며 "붉은 꽃들을 통해 내 안에 깊숙이 숨어 있던, 젊은 시절의 생명력과 열정을 드러내려고 했다"고 말했다.
작품 제작 과정은 모두 수작업이었다. 다양한 종류의 천에 물감으로 물을 들이고 말린 뒤 틀에 붙였다. 그 위에 유화물감으로 그림을 그려, 몽환적인 느낌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전시기획자 조주영씨는 “유씨의 작품들은 염색한 천 위에 유화를 그려, 이질적인 두 세계를 교묘하게 어우러지게 했다”며 “공예적 작업과 회화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