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0일 의원총회에서 당 위기 상황의 원인을 이준석 전 대표의 '성 상납 증거 인멸 교사 의혹'으로 규정하면서 새로운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공고히 했다. 당내 일각에서 새 비대위 출범을 중단하고 권 원내대표가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정면 돌파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총 모두발언을 통해 "의총을 통해 새 비대위 출범을 결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이견이 표출되며 당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며 "당의 위기가 무엇에서 시작됐나. 이 전 대표의 성 상납 의혹 무마 시도가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징계받으면서 촉발된 것이 주지의 사실"이라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법원이 이전 대표가 신청한 비대위 효력 정지 가처분을 일부 인용한 데 대해 "이번 법원의 결정은 정당의 자율적 의사결정에 대한 과도한 개입"이라며 "당의 합법적 유권해석 기구인 상임전국위원회와 상시적 최고의사결정 기구인 전국위원회 결정에 대해 법원은 헌법에 보장된 정당 활동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결정을 한 건 가급적 자제해야 할 것이고, 이는 기존 판례로도 확인됐다"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다만 우리는 이번 가처분 결정 통해 향후 논란의 소지를 없애고 이같은 혼란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현행 당헌·당규를 좀 더 세밀하게 개정해야 할 필요성을 인식했다"며 "법원과 무조건적 대립이 아닌 현 상황을 치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고 이 역시 의총 결정 사항"이라고 부연했다.
권 원내대표는 당내 일각에서 새 비대위 출범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데 대해 "당대표 징계 이후 위기 때마다 모든 것을 의총을 통해 민주적으로 토론했고, 총의를 모았다"며 "당은 정치적 결사체다. 의총에서 결의했다가 곧바로 이를 부정할 경우 지금의 위기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헌·당규 개정을 통한 새 비대위 출범 말고 어떤 대안이 있나. 최고위 체제로의 복귀는 불가능하다"며 "무엇보다 새로운 비대위는 의총을 통해 우리 스스로 의결한 내용이다. 자신의 결의를 자신이 준수하는 게 정당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