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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골목마다 '대마초 로컬숍' 북적…음지에 있던 상인들 이젠 당당한 고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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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맨해튼의 워싱턴스퀘어 공원. 주말마다 피크닉을 즐기려는 뉴요커들과 수공예품, 장신구 등을 파는 노점상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지난 주말 찾은 이곳에는 한국에서 보기 힘든 풍경이 펼쳐졌다. 대마초 노점상들이다. 가루를 낸 대마 잎을 캔에 담아 판매하는 사람부터 집에서 기를 수 있는 대마초 묘목을 화분으로 만들어 파는 상인까지 다양했다. 주변에선 NYPD 제복을 입은 뉴욕 경찰들이 이들에게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이런 풍경이 자연스러워진 건 뉴욕에서도 오래되지 않았다. 지난해 뉴욕주 의회가 대마초 합법화 법안을 통과시키기 전까지 대마 흡연과 유통은 엄연한 불법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행위가 공공연히 이뤄지기도 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2019년 미국 성인의 18%가 그해 한 번 이상 대마초 흡연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인종과 출신 지역이 다양한 뉴욕은 대마초 흡연과 유통이 더욱 흔하게, 하지만 음지에서 이뤄졌다.

최근 들어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골목마다 ‘캐나비스(cannabis·대마초)’ 간판을 당당하게 내걸고 영업하는 로컬 숍이 넘쳐난다. 변화를 이끈 건 올해 초 취임한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 애덤스 시장은 아예 ‘대마초 뉴욕(Cannabis NYC) 이니셔티브’를 출범시키고 산업 육성에 나섰다. 합법적으로 대마초 사업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면허를 부여하고 경영 자문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마초 산업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침체된 지역 경제를 되살릴 열쇠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마초 뉴욕 이니셔티브’는 특히 유색인종, 이민자 등 취약계층에게 동등한 사업 및 일자리 기회를 부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뉴욕에서 대마초를 흡연하는 비중은 인종별로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뉴욕 경찰이 지난해 대마초 흡연 혐의로 체포한 시민의 94%는 유색인종이었다. 이 때문에 대마초가 인종 차별의 중심이 되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흑인 경찰 출신으로 역대 두 번째 유색인종 뉴욕시장이 된 애덤스 시장은 이런 논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역발상 정책은 그래서 나왔다. 뉴욕시는 본인이나 가족이 대마 관련 전과가 있거나, 2년 이상 제조나 유통을 해왔다면 소매 면허를 주고 있다. 사회적 약자들에게 합법적인 면허를 발급해 제대로 된 업(業)으로 영위하도록 하자는 것. ‘대마초 뉴욕 이니셔티브’의 실무를 주도하고 있는 케빈 김 뉴욕시 스몰비즈니스서비스(SBS) 커미셔너는 “전과가 있는 창업자들이 제도권 내에서 성공적으로 사업을 성장시킬 수 있도록 돕는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뉴욕의 대마 산업은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뉴욕포스트는 2027년까지 뉴욕의 대마 시장 규모가 42억달러에 이르고, 7만6000개의 관련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세수도 늘어날 전망이다. 뉴욕시는 대마 판매 시 4%의 지방세를 포함해 13%의 세금을 징수한다.

물론 우려의 목소리가 없는 건 아니다. 21세 이상 성인만 살 수 있도록 규제하고 있지만 청소년들도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점, 잦은 대마초 흡연에 따른 냄새와 쓰레기가 도시 미관을 해칠 수 있다는 점 등이 문제로 지적된다. 하지만 공공연하게 유지돼온 지하 경제를 합법적 규제의 영역으로 끌어낸 뉴욕시의 결단은 되새겨볼 만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저말 베일리 뉴욕주 상원의원은 대마초 합법화 법안이 통과된 직후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취약계층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역사적 발걸음’”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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