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200에 속한 상장사의 여성 감사위원 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8월부터 자산총액 2조원 이상 기업은 여성 사외이사를 1명 이상 선임토록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본격 시행된 영향이다. 여성 등기이사 선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기업들이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29일 삼정KPMG가 발간한 보고서 ‘2022 감사위원회 아웃룩 Vol.4’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피200 기업의 감사위원 563명 중 여성은 56명(10.0%)으로 집계됐다. 전년 25명(4.6%) 대비 124% 늘었다.
지난해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회사의 전체 등기이사는 1379명으로, 이중 여성 등기이사는 120명(8.7%)이었다. 기업당 여성 등기이사는 0.62명 수준이다.
올해 8월부터 시행된 개정 자본시장법에 따라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의 상장회사는 이사회의 전원을 특정 성(性)으로 구성할 수 없다. 삼정KPMG는 “여성 등기이사에 대한 급격한 수요증가로 인해 여성 등기이사 선임에 어려움이 있으므로 기업들이 이에 대비해야 한다”며 “개정 자본시장법 시행에 따라 여성 등기이사가 증가해 여성 감사위원 비중도 함께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재직기간이 6년을 초과하는 감사위원은 27명(5.0%)으로 전년 46명(8.5%) 대비 19명(3.5%포인트) 감소했다. 2020년 12월 개정된 상법에 따라 상장회사의 사외이사는 해당 회사에서 최대 6년, 해당 회사와 계열회사 합산 최대 9년까지만 재직할 수 있다. 코스피200 감사위원의 평균 재직기간도 2.6년으로 전년 2.8년 대비 0.2년 감소했다.
보고서에는 코스피200 기업의 감사위원회 안건에 대한 분석도 포함됐다. △외부감사인 감독(23.7%) △내부회계관리제도 감독(19.6%) △재무 감독(19.0%) 순으로 집계됐다. 내부감사 감독(16.5%)도 전년 대비 가장 큰 증가폭(3.4%)을 보이며 감사위원회 안건으로 많이 다뤄졌다.
내부감사 감독은 2019년 신 외부감사법 시행 이래 매년 가장 큰 증가폭을 보였다. 삼정KPMG는 “감사위원회의 활동이 강화되면서 이들을 지원하는 내부감사조직의 감사계획 승인과 결과 보고 등 관련 안건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감사위원회가 ‘직보라인’, ‘책임자 임면동의권’을 보유한 기업은 코스피200 기업 중 17개사에 불과했다. 내부감사조직이 감사위원회 산하에 직속돼 감사 활동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곳은 미미하다는 분석이다.
김유경 삼정KPMG 감사위원회 지원센터(ACI) 리더는 “감사가 법규에서 요구하는 책임을 실질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독립성과 전문성을 지닌 내부감사조직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경영진에 직속된 내부감사조직은 독립성 측면에서 내부감사조직이라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한 해 국민연금기금이 감사(위원) 선임 안건에 대해 반대의결권을 행사한 비율은 14.4%(86건)였다. 전년 9.8%(77건) 보다 4.6%포인트 증가했다. 반대 사유 비중으로는 ‘회사와의 거래관계나 기타 이해관계로 인한 독립성 취약’이 45.4%로 과반수에 달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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