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수능’ ‘어른들의 수능’. 한국사능력검정시험과 공인중개사 시험에 붙은 꼬리표다. 두 시험 모두 응시자 수가 가파르게 늘어나 지난해 한국사 시험은 수능보다도 많은 사람이 치렀다.
지난해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응시생은 51만8209명을 기록했다. 같은 해 수능 응시자 수(50만9821명)를 앞지른 것이다. 응시자 수는 시행 첫해인 2006년 1만5395명에서 시작해 꾸준히 늘어 2011년 처음 10만 명을 돌파했다. 2013년에는 34만801명을 기록해 30만 명 선을 넘어섰고, 지난해엔 수능 응시자보다 많은 사람이 이 시험을 치렀다.
한국사 시험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는 이유는 취업과 이직, 승진 등 활용처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5급·7급 공무원, 외교관 후보자, 군무원 등 공무원 시험에서는 한국사능력검정시험으로 국사 과목을 대체하고 있다. 2013년부터는 한국사 3급 이상에 합격해야 교원 임용시험을 치를 수 있고, 2015년부터 모든 공무원 경력채용 시험에서는 한국사 자격증이 있으면 가산점이 부여된다. 올해부터는 경찰 채용에서도 활용된다.
공기업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선 한국사 자격증이 사실상 필수다. 한국마사회, 근로복지공단,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전력공사 등 대다수 공기업에서 한국사 자격증 보유자에게 가산점을 주기 때문이다. 한국마사회는 올해 신입사원 채용에서 한국사 시험 1급은 만점의 5%, 2급은 만점의 2.5% 가산점을 부여했다. 공기업 서류평가는 몇 점 차이로 당락이 갈리기 때문에 공시생들 사이에선 한국사 자격증이 없으면 ‘자동 탈락’이라는 말도 나온다.
‘어른들의 수능’이라고 불리는 공인중개사 시험도 갈수록 응시자가 늘고 있다. 지난해 공인중개사 시험 응시자는 39만9917명을 기록했다. 접수 후 취소한 인원까지 포함하면 40만 명을 넘었다.
매년 부동산 경기에 따라 공인중개사 시험 인기도 오르내림이 있지만, 응시자 수는 장기적으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1985년 1회 시험에서 19만8000여 명이 신청한 뒤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지원자가 급증했다. 1997년 시험엔 12만485명이 지원해 1회 이후 처음으로 10만 명을 넘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자 시험 인기가 잠시 주춤했지만 2016년부터 집값이 무섭게 뛰며 다시 인기가 많아졌다.
퇴직 후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중장년층이 주로 응시한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2030세대 응시자도 급증했다. 지난해 시험은 30대 이하 응시자가 12만3368명으로 전체의 54%를 차지했다. 집값은 오르고 관련 규제가 복잡해지자 공인중개사를 직업으로 삼지 않더라도 개인적인 투자 공부를 위해 자격증을 따는 젊은 층이 늘어난 것이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